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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사자명예훼손’ 전두환 1심서 집행유예…법원 “5·18 헬기 사격 있었다”

[오늘, 이 재판!] ‘사자명예훼손’ 전두환 1심서 집행유예…법원 “5·18 헬기 사격 있었다”

기사승인 2020. 11. 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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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역사적 사실, 전두환 표현의 자유보다 위에 있어…위협사격 이상의 사격 인정"
전 전 대통령, 공소사실 낭독 시작 뒤부터 꾸벅꾸벅 졸기도…재판 종료 뒤 '묵묵부답'
사죄 없이 떠난 전두환, 분노한 5·18단체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고록 형사재판’ 1심 선고 공판의 출석을 위해 탑승했던 검은색 승용차가 밀가루와 계란으로 더럽혀졌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 회원은 전씨가 이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다른 차를 타고 광주법원을 빠져나가자 사죄를 요구하며 빈 차에 계란과 밀가루를 던졌다./연합
법원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89)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원이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30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 전 대통령의 선고 공판기일을 열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8개월을 선고했다. 지난 2017년 4월 전 전 대통령이 기소되고 3년7개월만에 나온 1심 판결이다.

이번 재판은 5·18 민주화운동 기간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를 국가 기관이 다시 한번 판단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명예훼손 사건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김 부장판사는 “헬기사격 목격자들의 진술과 군인 진술, 군 관련 문서 등 여려 사정 비춰보면 피해자인 조 신부가 증언한 1980년 5월21일 당시 계엄군의 무장 헬기가 위협사격 이상의 사격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 지위와 5·18 관련 행위, 그 이후 사정 종합하면 피고인이 미필적으로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이 허위임을 인식하면서도 회고록을 집필했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려는 조 신부의 주장이 전 전 대통령의 표현의 자유보다 그 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이날 공소사실 낭독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자리에 앉아 꾸벅 꾸벅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재판이 끝난 뒤 “판결 받아들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법원을 떠났다.

5·18 단체들은 판결이 나온 뒤 기자회견을 열고 “피고인 전두환에 대한 유죄 판결은 사필귀정이다. 상식과 정의를 판결로서 확인해 준 법원에 경의를 표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5·18사태는 폭동’, ‘고 조비오 신부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등의 내용이 담긴 회고록을 발간해 2018년 5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 신부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 역사의 상대주의, 실증주의로 정당화해선 안 된다”며 전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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