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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약속한 호텔롯데 IPO 제자리걸음…지배구조 투명성 한 해 넘기나

신동빈 약속한 호텔롯데 IPO 제자리걸음…지배구조 투명성 한 해 넘기나

기사승인 2020. 12. 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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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코로나 등으로 5년째 '난항'
호텔롯데, 올해 4632억 마이너스
기업가치 제값 회복때 추진할 듯
日롯데가 '호텔' 지분 100% 보유
롯데지주, 케미칼 24만여주 인수
지배력 낮추려는 행보란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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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의) 주주 구성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

2015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이때는 신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업계의 이목이 롯데그룹에 쏠리던 시기다. 덩달아 롯데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던 호텔롯데의 지분을 L투자회사, 일본 롯데홀딩스 등이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사실상 일본롯데의 지배 아래 놓여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롯데 지배력을 줄이기 위해 신 회장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호텔롯데 상장이었다.

하지만 5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호텔롯데의 상장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과거 두 차례 상장 추진에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상장 작업은 무기한 중단됐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도 부진한 탓에 상장 추진이 쉽지 않다. 롯데는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없는 시점인 만큼 당장 상장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시점에 대해서도 검토만 진행 중이다.

주목할 부분은 일반적으로 외부 자금 조달을 위해 상장을 추진하는 것과 달리 호텔롯데의 상장의 목적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였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체질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이지만,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난달 30일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던 롯데케미칼의 지분 24만5351주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 지분율은 24.61%에서 25.33%로 확대됐다.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는 롯데지주지만, 호텔롯데, 롯데물산,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 롯데의 지배력도 만만치 않다. 이번 지분 인수가 일본 롯데 지분을 줄이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행보로 해석되는 이유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한국에서는 롯데지주가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지분 13%를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지주가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또 다른 한 축은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롯데건설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호텔롯데다. 지주사인 롯데지주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사실상 지주사 밖에서 지주사 지분을 가진 옥상옥 구조다. 문제는 호텔롯데를 L투자회사, 일본 롯데홀딩스 등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텔롯데를 상장시키고, 일본롯데의 지배력을 낮추는 것이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의 핵심으로 꼽는 이유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계획을 발표한 이후 강력히 추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5년 12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면서 호텔롯데 상장이 가시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듬해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진행되면서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이후 2017년 신 회장은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호텔롯데의 상장은 2019년에 이뤄질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했다. 같은 해 중국의 사드 관련 보복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됐고, 사실상 상장 계획도 지지부진해졌다. 지난해 10월에는 국정농단 사건 관련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면서 호텔롯데 상장도 재추진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실적 개선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롯데 측의 입장이지만,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해서는 신 회장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4년 6월 75만개에 달하던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해소됐지만, 지배구조 개선의 방점을 찍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도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약속은 또 한 해를 넘기게 됐다.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신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특히 기업가치를 높여서 외부 자금 조달을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던 만큼 일부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호텔롯데 상장 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한 신 회장의 의지가 중요한 셈이다.

윤진수 한국지배구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영권 분쟁 이후 일본 주요 주주에 대해서 신뢰가 형성돼야 IPO를 할 수 있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는 호텔롯데 상장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지만, 외부 변수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입장이다. 호텔롯데의 영업이익은 2015년 3232억원에서 하락세를 보이며, 2017년에는 84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영업이익이 반등하며 지난해 3183억원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3분기 누적 463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상황이기도 하다. 상장을 추진하더라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과거 두 차례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면서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보였지만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 무산됐고, 현재는 코로나19 등 불활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며 “호텔롯데 상장 시점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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