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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빈 칼럼] 혁신과 폰지게임 사이

[양영빈 칼럼] 혁신과 폰지게임 사이

기사승인 2020. 12. 0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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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기 임대업의 흥망성쇠
최근 중국에서는 아파트 장기 임대업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안타깝게도 최근의 주요 관심사는 대체로 장기 임대업체의 파산 소식이다. 장기 임대업체의 파산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국 특색의 임대업 형태와 맞물려서 벌어진 유니콘 기업의 등장 및 쇠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양영빈
필자 양영빈 이사/제공=델타익스체인지.
중국의 장기 임대업의 주체는 크게 세 부류로 구성된다. 첫째는 집주인, 둘째는 장기 임대업체, 마지막으로 최종 임차인이다. 장기 임대업체는 집주인으로부터 3~5년의 일차 장기 임대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힘든 일이지만 장기 임대업체는 일차 장기 임대를 한 아파트를 대다수 개별 임차인(주로 대학을 갓 졸업하거나 농촌에서 도시로 와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임)에게 재임대를 한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장기 임대업체가 대규모로 집주인에게 싸게 임대를 해서 최총 임차인에게는 조금 더 비싸게 재임대를 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의 중국 장기 임대업체는 집주인으로부터는 비싸게 임대를 받고 최종 임차인에게는 싸게 임대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장기 임대업체의 수익성이 계속해서 악화일로를 달릴 수밖에 없다.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는 장기임대업체는 단커(蛋殼·계란껍질)라는 곳으로 2020년 1월에 나스닥에 상장한 업체로도 유명하다. 당연히 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유명한 앤트그룹도 지분투자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처음 상장했을 때는 13달러 정도의 주가를 형성했으나 최근에는 1.37달러까지 하락했다. 그러다 현재는 3.5달러 정도로 올랐으나 주가로 봤을 때는 매우 어려운 상태라 할 수 있다.

단커의 비즈니스 모델은 장기 임대업의 후발주자 입장에서 수익성보다는 시장의 점유율을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집주인으로부터 비싸게 임대를 받아 최종 임차인에게는 싸게 재임대를 하는 방식으로 시장에서 순식간에 2위로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1월의 나스닥 상장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창궐로 인해 중국 내 장기임대업 전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라 회복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단커의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첫째, 최종 임차인과 단기(대략 1년)의 임대차 계약을 맺고 그 계약서를 가지고 은행에 가서 1년치 대출을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월세가 5000 위안(元·78만 원)이면 1년치에 해당하는 6만 위안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다. 하나의 채권(월세라는 이자를 내는 채권)을 바탕으로 새로운 채권(1년치 월세)을 파는 전형적인 ABS(채권담보부증권) 형태이다. 새로운 채권의 담보는 최종 임차인이 매달 꼬박꼬박 내는 임대료로 장기 임대업체는 그 채권(월세)을 담보로 은행에 ABS를 팔아 1년치를 한꺼번에 받는다.

단커는 이렇게 받은 1년치 월세를 동원해 또 다른 집주인으로부터 새로운 아파트를 임차한다. 이어 또 다른 새로운 최종 임차인에게 임차를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짧은 시간내에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면 결국 독점 기업이 돼 시장을 좌지우지할 위치까지 갈 수 있다. 그런데 계획은 사람이 하지만 일의 성사는 하늘이 한다. 코로나19의 창궐은 이런 모든 계획을 일거에 뻐그려트렸다. 사업 자체가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만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가 돼버린 것이다. 급기야 파산 직전까지 이르렀다.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당사자인 장기 임대업체는 파산으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최종 임차인은 졸지에 거리로 내쫓기고 집주인과의 갈등으로 인해 궁지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젊은이는 심지어 투신까지 할 정도이다.

이런 현상은 그림자금융의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림자금융은 여러가지 정의가 있을 수 있으나 여기에서는 간단히 공적인 규제를 벗어난 민간금융이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자본주의 금융에서 그림자금융은 혁신과 폰지게임(사기)의 양면성을 띤다고 볼 수 있다. 폰지게임은 간단히 말해 기존의 부채를 새로운 부채로 상환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방식이 한계에 다다르면 거품이 터지게 마련이다. 물론 그림자금융의 모든 것이 폰지라는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커의 비즈니스 모델 역시 처음 출발할 때는 기존의 임대차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출발했다. 임대차 시장에서 집주인의 압도적인 우위(임차료, 관리비, 수리비 등의 불투명성) 를 장기 임대업체가 등장해 통일적인 임대차 계약, 투명한 관리비 등등을 제시하면서 기존의 임대차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상당한 혁신성이 있었다. 문제는 폰지게임을 방지하는 것인데 이것은 정부의 규제가 보다 치밀해야 함을 의미한다.

혁신성은 분명 놓치지 말아야 할 덕목이다. 문제는 혁신성을 빌미로 폰지게임을 하는 것인데 규제 당국이 사전에 이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어찌 보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그렇다고 혁신성을 부르짖으면서 뒤로는 폰지게임에 열중하는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된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등의 출현은 규제당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 맞는 규제는 최소한 분명히 있어야 한다. 2008년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금융위기의 교훈은 바로 거기에 있다. 혁신성을 담보하되 폰지게임은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보인다.

필자 양영빈 : 상하이 델타익스체인지 이사. 한국인 최초 중국어 도서 ‘옵션실전 매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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