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 청년들 기술 창업 위해 대학 등 연구실 개방해야

[칼럼] 청년들 기술 창업 위해 대학 등 연구실 개방해야

기사승인 2020. 12. 14. 16:0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박용호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박용호
경제가 너무 어렵다. 지난 8월 기준 일하고 싶은 246만명이 쉬었다고 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시민까지 추산한다면 300만명이 넘을 것이다. 실제로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비경제 활동 인구 246만명 중 20대가 18%나 된다. 20대의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25%, 2년 전보다 52%나 급증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서비스업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자리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스타트업·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채용 숫자도 줄고 있다. 자영업자들도 매출이 줄고 폐업이 늘고 최저임금 상승으로 아르바이트 채용도 줄었다.

데이터에서 보듯 국내·외 경제는 IMF금융위기 이래 최악이다. 그렇다고 취업이든 창업이든 창직(새로운 직업 만듬)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 도전이 필요하다. 정부나 지자체는 청년들이 취업이든 창업, 창직을 할 수 있도록 양질의 생태계를 만들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원 연구실이나 대기업 연구실, 국가지원의 연구기관들은 축적된 기술이나 신기술들이 많은데 당사자들이 섣불리 창업에 나서지 않는다. 대학원 연구실은 석·박사학위 취득 후 대기업, 대학 교수, 국가 연구기관 등에 취직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대기업 연구실이나 국가지원 연구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안정적 직장을 놔두고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 창업에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축적된 좋은 기술들은 연구실이나 서가에서 잠자고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 연구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서울대·포항공대 대학원 연구실에 좋은 기술이 있는데 해당 연구원들이 창업에 나서는 경우는 매우 적다. 현재 직장에 만족하거나 더 좋은 직장으로의 이직 혹은 해외 유학이나 대학교 교수 등을 선호한다. 더 좋은 진로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의지나 열정은 대단한데 기술이 미흡하다. 남들이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기술들이 없는 것이다. 산뜻한 아이디어로 시작할 수 있는 창업들은 그 기술 장벽이 매우 낮은 사업모델들이고 특허내기도 어렵고 경쟁자들이 쉽게 나오거나 큰 기업들이 카피를 해도 속수무책인 것들이다.

이 간극을 제도나 정부 지원책으로 메워야 한다. 그래야 국가의 미래 성장을 책임질 새로운 사업들이 나타나게 된다. 4차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데 기술장벽이 낮은 사업모델들만의 창업은 매우 위험하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옆 동네 창업가나 기업인들이 아니다. 중국 중관촌, 심천·미국 실리콘 밸리, 보스톤 바이오밸리, 영국의 핀테크, 프랑스 창업가들이다.

대학원 연구실의 기술·대기업 연구실, 국가 지원 연구기관들의 기술들이 창업에 나서기 위해 제도나 정부 지원책에 창업 실적을 인센티브로 넣으면 된다. 반드시 내부 인력에 의한 창업일 필요는 없다. 연구실들이 내부 기술들을 공격적으로 외부에 이전하게 만들면 된다. 연구실들이 기술 이전을 공개적으로 전적으로 나서게 하고 기술이전(중소기업, 스타트업등) 혹은 외부 인력과의 협업으로 창업하게 하고 지분으로 공동창업하게 하면 된다. 지분 소유 비율도 현재 20% 수준이 아닌 그 이상 가능하게 열어줘야 한다. 경쟁력 있는 기술일수록 더 좋은 지분을 갖게 하고 창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첨단기술의 동업자들(교수, 대학원 석·박사과정, 연구기관 연구원들)을 공동 창업자로 두게 하면 된다. 연구실 밖에서는 청년들이 영업, 마케팅, 홍보, 투자 유치등을 힘쓰며 채용한 일부 기술자들이 대학원 혹은 대기업 연구실, 국가 연구기관의 해당 연구실 내부의 연구원들과의 협업으로 기술을 팔로업하게 하면 된다.

정부는 기술을 이전할 기관 평가에서 기술이전·창업으로 연결된 내용들·성장 내용들을 매우 높은 순위로 측정하면 된다. 법인세 등 혜택을 주면 된다. 그러면 기관들은 실제 산업에 필요한 기술들을 연구할 것이고 창업으로 연계되도록, 그리고 그 실적이 좋아지도록 지속 지원을 할 것이다. 창업된 기업의 성장이 좋아지면 기관의 연구원들이 다른 곳으로 취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기술이 창업으로 상장하는 본 스타트업 기업에 좋은 조건으로 합류할 기회를 볼 것이다.

창업이든 취업이든 인간은 자기에게 안정적으로 더 좋은 조건을 주는 곳으로 이동한다. 대학원 연구실·연구 기관의 기술들이 창업으로 나서게 하고 그 운영적 책임을 창업자 청년들이 지고 갈테니 기술 지원이 확실히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정부에서 제도를 제대로 만들고 운영해주길 바란다.

열정의 청년들이 첨단 기술이 없어 기술 장벽이 낮은 기술로 창업하기보다 좋은 기술로 창업하게 문을 열어 주길 바란다. 세계 경쟁력 있는 기술들이 녹슬며 연구실 서랍에서 잠자는 것이 너무 아쉽다. 청년들과 연구실 기술이 협력하도록 제도를 제대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그래야 청년도 살고 연구실도 살고 대한민국도 산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