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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LG그룹 문 두드린 주주행동주의 이제부터다

[취재뒷담화] LG그룹 문 두드린 주주행동주의 이제부터다

기사승인 2020. 12. 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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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상법, 주주행동주의에 무기 쥐어줘
기업들 근본적으로 주주가치 제고 고민해야
LG 트윈타워 출처 연합
주주행동주의 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가 LG그룹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LG상사·LG하우시스 등의 계열 분리가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취지죠. 오늘은 LG지만 다음은 다른 기업들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은 현대차에서 쓴맛을 봐야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릅니다. 개정 상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와 3%룰,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도입됐기 때문이죠.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는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이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합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여럿이 지분을 나눠가진 기업은 경영권 방어가 그나마 용이하지만 최대주주 1명이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크게 축소됩니다. 이 때문에 헤지펀드들이 힘을 합치면 이사회와 대립각을 세울 감사위원을 충분히 선임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다중대표소송제까지 더하면 기업 입장에선 골치가 아픕니다.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회사인 모회사의 지분 0.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모회사 주주가 경영을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법의 취지죠. 이론적으로는 대주주의 위법 행위를 방지하고 소액주주의 경영감독권을 강화하는 수단이지만 앞서 말한 3%룰과 결합할 때는 주주행동주의의 힘을 배로 키웁니다. 오너 또는 경영진 입장에선 행동주의자들이 보유한 지분을 막대한 값에 사들이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실제 많은 행동주의 펀드들은 이것을 노리고 접근합니다.

그러면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회사 가치만큼 주가가 유지되도록 만들면 됩니다. LG그룹의 경우 이번 계열 분리가 순전히 구본준 회장 일가를 위한 것이었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계열 분리는 주주들의 이익에도 도움이 돼야 정당화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3%룰이나 다중대표소송제는 폐해가 적지 않은 제도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제도가 나오게 된 것은 그동안 재벌들이 주주들을 사업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고 무시해서죠.

주주회사의 주인은 주주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생각해 봅시다. (주)LG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7로 1배 미만입니다. 미국 S&P500이나 나스닥 시장 종목 중에서 (주)LG 수준의 자산을 지닌 회사가 PBR 1미만으로 평가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상장기업에서 지나치게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다면 경영진이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일을 경영진이 업무 중 하나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때 코스피도 ‘박스피’ 오명에서 벗어나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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