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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은퇴설계, 관계자산이 중요하다

[칼럼] 은퇴설계, 관계자산이 중요하다

기사승인 2020. 12. 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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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한국은퇴설계연구소 대표
은퇴설계를 주업으로 강연과 컨설팅을 하는 필자의 활동 현장에서 가끔 듣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은퇴설계에서 중요한 것을 몇 가지로 요약해봐라’라는 것이다. 나는 거침없이 손바닥을 펴 보이며 5가지 영역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5가지는 돈, 친구, 시간표, 건강 그리고 일이다.

은퇴생활은 실로 다양하다. 누가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 주지도 않았지만, 각자의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퇴직 후의 삶에도 이렇다 할 일정한 공식은 없다. 다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은퇴준비를 위한 큰 영역에서 5가지 준비물이 있을 뿐이다.

5가지 준비물이 다 중요하지만, 유독 친구, 즉 인간관계에 관해 이야기 하면 다들 자신 있어 한다. 하지만 정작 은퇴 전 거미줄처럼 얽혀져 있던 인간관계는 은퇴 후 혁신적인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은퇴 후 현금흐름의 변화만큼 큰 변화가 바로 친한 사람의 대상이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일명 “관계의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는 기존 관계의 대부분이 끊겨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느냐 마느냐가 관건이 된다.

아무리 재무적인 준비가 잘 돼도 만날 사람이 없다면 노후가 쓸쓸하다. 나이 들어가면서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문제는 인적 네트워크가 저절로 구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인적 관계도 평소 가꾸고 투자해야 든든해진다. 지위가 높거나 인품이 좋다고, 돈이 많다고 사람이 몰려들지 않는 시대임이 분명하다.

은퇴 준비물로 새로운 관계를 통해 자신의 친구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전의 세계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형성되어야 할 관계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퇴직 후에는 자신이 능동적으로 나서서 관계를 형성하고, 친구를 만들고,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능동적으로 변화를 하고 노력을 해야 한다.

일단 주기적으로 모임을 시작해보자. 분기에 한 번도 좋고 1년에 한 번도 좋다. 평소 연락이 없으면 멀어지기 마련인 것이 인간관계다. 자주 만날 시간도, 필요도 없겠지만 주기적으로 만나면 하나의 돈독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펜데믹의 시대, 관계자산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연말이 다가오자 곳곳에서 송년 모임을 취소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19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다. 들뜨고 화려함 대신 깜깜하고 어두운 연말이란 뜻에서 ‘블랙아웃(암전·暗轉) 연말‘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시기다. 하지만 거리를 둔다고 마음도 멀어질 수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관계자산을 위한 새로운 지혜가 필요하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 있다면 거리는 두되, 의미를 부여해 온택트(On-Tact)모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서너 명에서 출발해서 10명 정도로 의미 있는 모임을 만들어보자. 이 모임은 동년배도 좋지만 다양한 연령과 성별이 조화되면 더욱 좋다. 온라인 커뮤니티, 화상 모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친한 사이일수록 너무 편하게 여긴 나머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곤 한다. 그러나 친한 친구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 내가 잘못한 일이라면 먼저 손 내밀어 사과하는 태도도 중요하고, 직설적으로 충고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상태나 시기, 장소를 고려하여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은퇴 후 새 친구 사귈 때 나이는 물론이고 학력, 은퇴 전 직업, 집안, 거주지 등 배경을 따져 묻는 것은 금물. 따지다 보면 사귈 수 있는 친구의 폭이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좀 더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좋다. 남이 먼저 나에게 손 내밀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것도 인간관계를 넓히는 현명한 자세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구를 맺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심리적 안정감은 있지만, 활동적인 자극이 적어 나중에는 친구끼리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은퇴 후에도 젊게 살고 싶으면 젊은 친구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보는 게 좋다. 젊은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갖고 싶다면 그들과 마음을 터놓고 교류하는 것이 먼저다. 젊음과 소통하기 위해 경력과 연륜이라는 무기를 잘 사용하면 지혜롭다. 하지만, 연륜을 드러내는 데는 “한마디”면 충분하다는 것도 잊지 말길 바란다. 좋은 이야기도 자꾸 하게 되면 듣는 사람이 불편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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