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사실상 코로나19 긴급사태, 교민들 패닉

28일까지 20명 확진, 한국인들 희생양 움직임도

중국 베이징이 사실상 긴급사태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베이징시 당국이 160만 명 이상의 시민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핵산 검사를 실시한 결과 7명의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엄중한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강력한 봉쇄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이에 따라 3만 명에 이르는 한국인 교민사회도 바짝 긴장한 채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 27일 전 주민에 대한 핵산 검사가 진행된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한 아파트 단지. 교민들이 상당수 살고 있는 곳으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잘 말햐준다./베이징=한국 특파원단.

신징바오(新京報)를 비롯한 유력 매체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에서는 확진자 7명이 발견됐다. 모두 120만 명의 주민 전원에게 핵산 검사를 실시한 순이(順義)구에서 나온 확진자들이었다. 이로써 베이징의 누적 확진자는 총 20명에 이르게 됐다. 연일 20만 명 전후의 확진자가 새로 발생하는 미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과 베이징 위생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바이러스가 베이징 곳곳에 퍼진 것이 확인된 만큼 위험한 상황으로 보는 것이다. 차이치(蔡奇) 베이징 서기는 28일 “상황이 상당히 위중하다. 각 구별로 최고책임자가 긴급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내에서도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순의구와 코리아타운인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의 분위기 역시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우선 순의구는 각 주거단지의 출입문을 1~2개만 개방하는 등 엄격한 방역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준봉쇄 조치에 나선 셈이다. 29일 이후에는 환자가 1명이라도 발생할 경우 전체 구가 봉쇄될 가능성이 있다.

언론은 왕징도 ‘준전시 상태’라고 표현하고 있다. 40만 명 주민 전체가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 사례가 단 한건도 나오지 않았으나, 분위기는 우울하기 그지 없다. 식당과 판매점을 비롯한 상당수의 업장들이 문을 닫거나 영업 단축에 나서면서 혹시 모를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들이 나온 빌딩들의 경우 완전 봉쇄된 채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엄중한 조치가 잇따르자 왕징의 교민 사회는 패닉에 빠졌다. 한국에 귀국한 후 무증상 감염자로 확인된 주재원 A씨가 다녀간 식당과 마트가 폐쇄되고, 업장 관계자나 밀접 접촉자들 다수가 베이징 교외 병원과 자택에 격리됐다. 그가 왕징 일대에 바이러스를 퍼뜨린 주범이라는 일부 중국인들의 시각은 또다른 부담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인이 여론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베이징한국인회 박용회 전 회장은 “왕징과 순의의 주민 160만 명에 대한 검사 결과 한국인은 단 한명도 양성 판정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A씨 때문에 주변의 눈길은 좋지 않다”면서 일부 중국인들의 그릇된 시각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서는 베이징 이외 지역에서도 확진자들이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랴오닝(遼寧)성이 대표적이다. 28일 하루에만 8명의 확진자가 보고됐다. 하지만 감염 양상이 베이징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베이징의 경우 칭화(淸華)대학을 비롯한 교육기관들은 속속 폐쇄되고, 내년 2월 중순 춘제(春絶·구정) 때까지의 크고 작은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