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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명품 가격 인상, 자유와 몰염치의 경계

[기자의눈] 명품 가격 인상, 자유와 몰염치의 경계

기사승인 2021. 01. 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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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산업부 성장기업팀 기자
박지은 생활과학부 유통팀 기자
루이비통이 7일 새해 들어 첫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인기 품목을 중심으로 약 10% 값이 올랐다. 코코 샤넬이 디자인을 부탁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알마’ 시리즈의 가격도 크게 올라, 2019년 149만원이던 알마BB는 182만원이 됐다. 2년 새 값이 22%나 올랐다. 수년 내 루이비통에서 100만원대 가방은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루이비통뿐만이 아니다. 에르메스는 지난 5일 가격을 올렸다. 에르메스 입문백인 ‘가든파티 36’이 473만원에서 482만원으로 약 2% 올랐다. 평균 10%나 올린 루이비통과 비교하면 양반처럼 느껴지지만, 에르메스의 대표 품목인 가방은 1000만~2000만원대를 호가한다. 1000만원대 가방을 사는 사람에게도 20만원은 크게 느껴졌던지, 가격인상 소식에 백화점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명품 브랜드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침체 속에서도 수차례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환율 변동의 여파, 프랑스나 이탈리아 현지와 가격 격차 줄이기 등 이유를 들고 있지만 10%대 인상폭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숫자다.

매년 오르는 명품 가격에 ‘당장 사야 가장 싸다’ 혹은 ‘사두면 돈이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자에는 동의하지만 후자는 중고 명품 시장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하는 핑계에 가깝다. 최근 명품 중고 시장에서 백화점과 비슷한 중고가를 보장받는 제품은 샤넬 보이백, 클래식백, 호보백 뉴 미듐, 에르메스 버킨, 캘리백 정도다. 그나마도 사용감이 적은 A+ 상품일 때 얘기다.

연이어 가격 인상에 충성 고객들조차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충성고객일수록 브랜드와 제품의 장단점을 속속 알고 있기 때문이다. 500만원이 훌쩍 넘지만 쉽게 가죽 퀼팅이 꺼지는 샤넬, 비 오는 날이면 지퍼에서 쇠 냄새가 나는 루이비통, 가방을 여닫을 때마다 D 장식이 걸리는 디올의 새들백, 조금만 관리에 소홀하면 모양이 무너지는 가방도 수두룩하다 등의 얘기가 나온다.

가격 인상은 브랜드의 자유다. 높은 가격이 주는 아우라, 아무나 살 수 없는 브랜드라는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 아우라를 깎아먹는 불편을 개선하는 데 과연 브랜드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품질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줄창 가격 인상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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