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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만능주의’에 속타는 건설업계...“형무소 담벼락을 걷다”

‘처벌 만능주의’에 속타는 건설업계...“형무소 담벼락을 걷다”

기사승인 2021. 01. 1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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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2017년 30명...2020년 20명 꾸준히 감소
안전관리 노력 불구 양형 강화에다 CEO 처벌
건설업계 "엄정 처벌만으로 산재 막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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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만능주의에 건설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국회가 건설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최고경영자(CEO)를 1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통과시킨 데다 대법원도 관련 양형 기준을 강화하면서 건설사 CEO가 된다는 것은 “교도소 담벼락 위를 걷는 것”과 같다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사망사고를 줄이려는 건설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처벌만 강화된 상황이라서 건설업계의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17일 건설업계와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의 건설현장 사망자 수는 지난 3년간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건설사의 사망자는 2017년 30명에서 2018년 30명으로 변함없다가 2019년 29명, 2020년 20명으로 줄었다. 작년에는 사망자가 없는 건설사도 생겼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7년 4명의 사망자 수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삼성물산, DL이앤씨(옛 대림산업),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은 지난해 사망자 수 1명을 기록했다. 이어 포스코건설이 2명, GS건설과 SK건설은 3명씩,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4명씩으로 집계돼, 전반적으로 사망자 수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사망 건수가 줄어든 데에는 건설사들의 노력이 작용했다. 몇 년 전부터 대형건설사들은 안전관리 강화 전담 조직을 별도로 신설하는 등 안전관리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사망자 수 0명을 기록한 HDC현대산업개발은 안전보건조직을 재편한 것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라인을 운영하는 제조업체들이 설비 투자 비용을 아껴서 사고가 난다면 건설사는 공사중단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안전투자 비용을 능가한다”며 “누구보다 사망자가 발생하는 걸 싫어하는 게 건설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돌아가는 상황은 건설사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처벌 강화로 기울고 있다. 특히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사업주 등 책임자에게 최대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양형 기준을 대폭 강화한 건 건설업체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이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기까지 발생하는 시간적 공백을 메우려는 대법원의 의도로 해석된다. 중대재해법은 법 공포 1년 뒤 시행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 유예를 뒀다. 하지만 산안법 형량 강화로 그나마 있던 중대재해법의 3년 유예는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무엇보다 건설사들을 괴롭히는 건 현장 사망자 발생 시 CEO를 처벌하는 중대재해법 규정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9년 10대 건설사의 현장 수는 업체당 270개(해외현장 포함)에 달한다. 본사에 있는 CEO가 모든 현장을 책임진다는 건 사례를 찾기 힘든 입법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중대재해법의 모태가 되는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도 CEO에 대한 형사처벌은 없고 벌금형 만을 두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엄중 처벌만으로 산업재해가 예방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한국은 산업 안전 형량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안전·보건·환경 규정 미준수나 사고를 이유로 사업주를 처벌하는 법률이 63개, 벌칙 규정은 2555개에 달한다. 또한 규제 강화는 근로자들의 불편과 교육 부담 증가로 이어져 근로자들의 안전규칙 준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업계에선 말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국회에 보완입법을 촉구할 계획”이라며 “경영자를 감옥 보낸다고 산업재해가 해결될 일이었다면 그런 법은 이미 다른 나라들이 먼저해 표준이 됐다, 더구나 규정이 복잡해질수록 근로자들부터 잘 지키지 않게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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