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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출범] (1편) 한·미관계 전문가 진단과 해법

[바이든 행정부 출범] (1편) 한·미관계 전문가 진단과 해법

기사승인 2021. 01. 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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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한·미 큰 의견 차이 없이 출발, 긍정 평가"/ 문성묵 "연합훈련을 협상 지렛대로 삼은 것은 실수"/ 정성장 "북핵 문제엔 중국의 적극 협조 필수"/ 홍현익 "연합 훈련 연기·축소해 북미 간 대화 물꼬 터야"
바이든 취임선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는 모습./연합
조 바이든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했다. 한반도 정세를 비롯해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외교안보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아시아투데이는 오늘부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한·미, 남북, 한·일, 미·중 관계 전반을 진단하고 전망하며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아시아 정세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얼마나 높이 평가하고 있나?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동맹을 결집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주도권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린치핀’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중요한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한국에 기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면서 북한과 중국 의식하고 있다. 미국은 미·일·호주·인도의 안보협력체제에 한국의 참여를 바라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는 우리 정부의 생각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외교·안보라인에 한반도 관련 전문가들이 배치됐기에 우리의 입장도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미국이 원하는대로 한·미동맹 체제가 흘러가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는 불편해질 것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사실 한미동맹은 북한의 남침억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바이든 행정부는 반중동맹을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 정부를 압박할텐데 그런 상황에서 일단은 안정된 기조로 가기 위해 첫 걸음을 뗀 것이다. 한·미동맹이 과한 부분도 있다. 핵을 우리 만들지 않는 이유는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군의 재래식 전력은 북한을 압도한다. 따라서 한·미 연합사도 유기적 조직이 아니라 일본과 주일미군처럼 분리된 구조로 가야 한다. 현재로선 미국이 해석하기에 따라 전작권 반환도 어려워질 수 있다. 대등한 한·미 동맹을 위해 미국의 의도에 끌려다니면 안 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우선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다. 방위비분담금 문제도 안정적 해소하고 미국이 한 발 물러난다고 해서 양국의 입장이 딱 맞아서 여러 문제를 공조하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전작권 전환 문제에 있어서 잡음이 있을 수 있고, 당장 코로나 문제로 한·미 연합훈련은 축소나 연기될 가능성도 크다. 단 양국이 큰 의견 차이 없이 출발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오는 3월 한·미 연합훈련을 미루고 북한과 대화의 동력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문성묵 센터장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한다. 그런 위협에서 한국과 주한미군을 보호하려면 억제력을 높이기 위한 연합훈련을 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남북관계를 중시하면서 북한의 반응을 지나치게 살피는 경향이 있다.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합훈련을 북핵 협상의 지렛대로 삼은 것은 실수였다. 지금은 훈련 명칭도 바꾸지 않았나. 이제 훈련 이름에 ‘동맹’은 빠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참모진 의견 중시한다고 알려졌다. 한미연합사령관이 만약 “한국정부가 연합훈련에 소극적이다”라고 하면 한미 간 이견이 표면에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기 전에 연합 훈련은 안보 문제다. 우리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부분이 아니다.”

홍현익 수석연구위원 “이번 훈련은 연기하거나 축소해서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터야한다. 연합훈련에서 중요한 것은 전작권 전환 능력을 검증하는 부분이다. 우리 정부는 당초 전작권 전환에 대한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을 것이고, 남북관계도 풀어야 하는데 연합훈련이 딜레마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전작권 전환을 위한 2단계 검증까지 마쳤다. 지금은 한미연합사의 사령관만 바꾸면 되는 것이기에 작전 지휘 역량은 나중에 검증해도 늦지 않다. 작전지휘계통에 아무 문제가 없다. 연합훈련과 별개로 적작권 전환을 논의하면서, 단절된 대화의 고리를 회복하기 위해 훈련을 연기해야 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이 가능하냐”라는 질문에 대해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연합훈련은 한·미 간에 결정할 문제라고 일축하며 남북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북한이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무력 강화 입장을 재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통령이 이런 입장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번과 같이 한국 정부에서 미국이 반아들이기 어려운 발언이 계속 나온다면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의 입장 조율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의 중요성 강조하는 만큼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비교적 수월하게 타결될까?

문성묵 센터장 “이미 오스틴 국방장관이 이야기했듯이 관련 사안은 조속히 타결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동맹국을 갈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합리적 수준에서 타결하겠다는 뜻이다. 당연히 트럼프 행정부와 같이 무리한 요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고, 원만한 수준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높여졌다. 우리 정부는 방위비 협상 문제를 매년 하지 말고 5년 단위의 다년제로 변경하자고 제의해야 매년 한미 간 잡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신범철 센터장 “방위비 인상 폭이 10% 내외에서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일전에 13% 합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우리 정부는 그보다 낮은 수준에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큰 이견 없이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한·미 정상회담이 곧 열릴텐데 특히 대북문제에 관해 엇박자를 내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성장 수석연구위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인데 한국정부가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에 대해 언급하면서 중국의 배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매우 중대한 실수였다. 한국정부는 남북협력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것이 북한 비핵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설득력 있는 설명도 제시하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기존의 대북 정책과 비핵화 정책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과감하게 인정하면서 한미 공동의 대북 대전략과 정책 수립을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하고 신속하게 정교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문성묵 센터장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이 다르다. 우리 정부는 싱가폴 정상회담에 기초해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그 만남 자체를 잘못됐다고 말하면서 독재자에게 명분만 줬다고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력이 강화됐고 싱가폴 합의도 껍데기만 남았다. 이 합의에 바이든 정부가 화답할까. 지금도 트럼프 지우기가 한창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싱가폴 합의에 기초하라고 요구하면 처음부터 삐걱거리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제대로 돼야 남북관계가 발전하고 한반도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기에 미국과의 공조가 엇박자 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 대북 강경기조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는가.

문성묵 센터장 “강경기조라기 보다 원칙에 기초해 움직일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갖는다면 얼마든지 대화를 할 수 있고 제재를 풀어줄 수도 있다. 다만 전처럼 북한이 말로만 비핵화를 외치고 지금처럼 북핵 능력을 높인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할 것이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하기 때문에 북한에 할 말은 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현익 수석연구위원 “먼저 미국이 강경하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도발을 하면 강하게 나갈 것이지만 북한을 먼저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연합훈련도 그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접근법에서 ‘창의적 해법’이라는 말을 했다. 그것이 전략적 인내는 아닐 것이다. 결국 미국은 이란핵합의를 모델로 북한에게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3월 연합훈련도 규모를 줄이면서 4월에 대화를 한 번 해보자는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러면서 북한에게 체제보장 의사가 있으니 비핵화 성의를 보이라는 말도 할 것이다.”

신범철 센터장 “강경기조 보다는 원칙 있는 행동을 할 것이다. 다만 우리 정부의 유화 제스처에 공감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에 설득해야 할 부분도 있다. 미국은 북한에 무턱대고 양보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 사실에 기초해 대북 전략을 짤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같은 부분은 미국의 양보를 얻어 내고, 비핵화 문제는 현재까지 실질적으로 해결된 것이 없기에 미국과의 공조에 협조하며 일부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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