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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별세한 ‘미술계 거장’ 2人 발자취 돌아볼까

이달 별세한 ‘미술계 거장’ 2人 발자취 돌아볼까

기사승인 2021. 01. 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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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화가' 김창열 회고전 BHAK에서 열려
기록펜화 거장 김영택 펜화전 인사아트센터서 개최
김창열, 회귀 PA02003A, 2002
김창열의 ‘회귀 PA02003A’./제공=BHAK
이달 미술계 거장 2인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 5일 별세한 김창열 화백은 ‘물방울 화가’로 유명하다. 동양의 철학과 정신을 함축한 물방울 회화로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올랐다.

13일 우리 곁을 떠난 김영택 화백은 우리 문화재를 비롯한 세계의 고건축물을 고증하는 ‘기록펜화’의 거장으로 불린다.

이들 두 거장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전시가 나란히 열려 눈길을 끈다.

김창열 회고전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 BHAK에서 선보인다. 회고전 ‘Recurrence(회귀)’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의 ‘회귀’ 연작 15점으로 구성됐다. 인쇄체로 쓴 천자문을 배경으로 투명한 물방울이 화면에 흩어진 작품들이다.

김창열의 상징이자 그가 평생 그린 물방울은 명상하며 자신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천자문은 동양적인 철학과 정신을 나타내며, 작가가 할아버지에게 한자를 배운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도 담고 있다.

김창열은 영롱한 물방울 그림을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전시회 ‘살롱 드 메’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후 약 50년간 한결같이 물방울을 그렸다. 1980년대부터는 캔버스가 아닌 마대의 거친 표면에 그렸고 마대에 한자체나 색점, 색면 등을 채워 넣어 동양적 정서를 살렸다. 1980년대 말부터 천자문과 투명한 물방울이 화면에 공존하는 ‘회귀’ 연작이 이어졌다.

BHAK는 김창열 화백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 BHAK의 전신인 박영덕화랑의 박영덕 대표가 현대화랑에 재직할 당시부터 인연을 맺었고, 1993년 문을 연 박영덕화랑에서도 4차례 김창열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30일까지.


김영택 '로마 콜로세움' 가나문화재단
김영택의 ‘로마 콜로세움’./제공=가나문화재단
서양이나 일본 기법을 받아들이지 않고 한국적인 펜화를 창조한 김영택의 화업을 돌아보는 ‘김영택 펜화전’은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가나문화재단이 주관하고 문화유산국민신탁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고인이 남긴 세계문화유산 시리즈 펜화 40여 점을 소개한다. ‘서울 종묘 정전’ ‘창경궁 옥천교 용면상’ ‘프랑스 노르망디 몽생미셸’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등 국내외 건축 문화재를 펜으로 정교하게 재현한 작품들이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고인은 1994년 벨기에에서 열린 제1회 세계 로고디자인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당시 파리에 들른 그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프랑스 화가이자 삽화가인 귀스타프 도레가 펜으로 그린 성서를 보고 펜화에 매료됐다.

귀국 후 그는 20년간 경영하던 디자인 회사를 내려놓고 펜화가의 길에 들어섰다. 어린 시절부터 묘사에 소질이 있었던 그는 건축물을 기록하는 펜화 장르에서 독보적 역량을 보였다. 펜화를 독학으로 연구한 끝에 카메라와 다른 사람의 시각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김영택 원근법’ 등으로 한국적 펜화의 세계를 열었다.

김영택은 양산 통도사에 1년 넘게 머무는 등 전국 곳곳을 돌며 건축물과 주변 경관을 세밀하게 묘사한 여러 작품을 남겼다. 고증을 거쳐 사라지거나 훼손된 부분을 정교하게 되살린 고인의 작업은 문화재 복원과 기록에도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전 고인은 “우리 건축물을 통해 세계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무아(無我)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싶은 것이 펜화를 그리는 가장 큰 목적”이라고 했다. 전시는 다음 달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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