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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파운드리 공들이는 삼성전자, ‘고객경험·기술’ 앞선 TSMC 독주 깰까

[취재뒷담화]파운드리 공들이는 삼성전자, ‘고객경험·기술’ 앞선 TSMC 독주 깰까

기사승인 2021. 01.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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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해에도 퀄컴·IBM·엔비디아 등 ‘큰손 고객’ 물량을 잇달아 따내면서 주목받았지만, 이미 예전부터 해오던 걸 재계약한 경우가 있기도 해서 사실 그리 획기적인 성과라고 보긴 힘듭니다.”

2030년 비메모리 반도체 1등을 목표로 대만 TSMC를 맹추격하는 삼성전자에 대해 업계 관계자가 한 말입니다. 그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최근 ‘사우스브리지’ 외주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도 “인텔의 핵심 칩인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물량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평가절하(?)했습니다. 사우스브리지가 핵심 주력칩은 아니니까요.

삼성전자가 선언한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하려면 그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TSMC를 제치는 것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TSMC와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후공정 등 기술 수준의 차이도 있긴 하나 무엇보다 TSMC가 글로벌 단골 고객사들과 30년 넘게 쌓아온 끈끈한 관계를 뛰어넘을 수가 있느냐입니다.

1987년 설립된 TSMC는 ‘반도체 생산’ 한 우물만 파왔고 진작부터 애플, AMD, 퀄컴 등을 고객사로 두고 몸집을 키워왔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1990년대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지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설계도 하고 판매도 담당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파운드리 고객사가 동시에 삼성전자의 경쟁사가 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경우 퀄컴으로선 어차피 자사가 만든 제품을 삼성전자가 살 텐데, 삼성 측에 엑시노스를 덜 쓰고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많이 팔아달라고 할 수도 있다”며 “대신 퀄컴은 삼성전자에 파운드리 물량을 맡기는 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큰손이 TSMC를 찾는 이유가 업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대만 반도체 대부 장중머우 TSMC 창업주는 미국 반도체 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서 25년간 부사장까지 지낸 인물입니다. ‘반도체 설계 강자’ 미국과 밀착돼 있다는 얘기지요. 게다가 TSMC의 주식 대다수는 미국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해외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TSMC는 1997년 뉴욕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했는데요, 2019년 말 기준 미국 씨티은행이 지분 20.54%를 지닌 최대주주고 이어 대만 정부가 국가개발기금을 통해 6.38%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고객사가 대부분 미국 기업임을 고려하면 TSMC의 경쟁력은 막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TSMC 영향력은 절대적이지만 삼성전자를 신경 쓰는 모습도 역력합니다. 올해 투자금액을 지난해 1년 치 영업이익보다 무려 10조원 많은 30조원으로 확정한 것도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 벌리려는 전략이지요.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삼성만이 지닌 파운드리 강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먼저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입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10년 넘게 친분을 유지하는 등 IT업계 큰손들과 미팅을 늘려왔습니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가 IBM 파운드리 물량을 수주한 것도 이 부회장과 지니 로메티 당시 IBM CEO의 만남이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8년부터는 에코시스템 프로그램인 ‘세이프(SAFE)’를 통해 위탁생산 생태계 파트너와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파운드리는 생태계가 중요한데요, TSMC가 클 수 있던 것도 대만에 오래된 반도체 회사들이 많아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가 잡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또한 메모리반도체 시장 1등으로서 그간 쌓은 양산 노하우를 파운드리에 이전할 수도 있겠지요.

2012년 1월 당시 장중머우 TSMC 회장은 분기실적 발표를 마치고 “삼성전자 전체 사업에서 파운드리 비중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진정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2등이지만 삼성전자만의 강점과 지속적인 투자, 판로 개척을 통해 TSMC의 아성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란 게 꿈같은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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