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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윤동주 시인의 언덕’ 따라 도심산책

[여행] ‘윤동주 시인의 언덕’ 따라 도심산책

기사승인 2021. 02. 1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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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윤동주 시인의 언덕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서울 종로구 청운공원에는 (청운공원)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있다. 광화문에서 청와대 옆을 지나 청운동, 부암동으로 넘어가는 자하문고개 정상이다. 시내 중심부와 가까워 전망이 참 좋다. 경복궁, 시청, 종로 일대는 물론이고 남산 N서울타워까지 눈에 들어온다. 마천루마다 샛별 같은 불빛을 반짝이는 야경(夜景)이 아름답고 눈이 내린 풍경도 예쁘다. 가서 보면 바이러스로 갑갑해진 일상에 위로가 된다.

여행/ 서시 시비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세워진 ‘서시’ 시비/ 한국관광공사 제공
윤동주(1917-1945)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다. 일제강점기 힘든 현실 속에서도 민족에 대한 사랑과 독립에 대한 소망을 서정적인 시어에 담았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로 시작하는 ‘서시’를 비롯해 ‘별 헤는 밤’ ‘자화상’ ‘참회록’ 등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랑 받는 시가 많다. 그의 생애와 사상은 소설과 영화 등으로도 만들어져 큰 울림을 남기기도 했다.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윤동주의 첫 시집이자 유고 시집이다. ‘서시’는 생전에 시집을 출간하고자 했던 윤동주가 서문으로 썼다. 그러고 나서 세 부를 필사해 이양하와 정병욱에게 증정했는데 나중에 정병욱이 보관하던 필사본이 공개되며 세상에 알려졌다. 시집 초판 서문에는 윤동주가 늘 동경하던 시인 정지용이 쓴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고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이 없이!”라는 구절이 있다.

여행/ 저녁무렵의 '윤동주 소나무'
저녁무렵의 ‘윤동주 소나무’/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윤동주 시인의 언덕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는 짤막한 산책로가 나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윤동주는 1917년 만주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났다. 1941년에 서울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이듬해인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릿쿄대학 영문과에 입학한 후 다시 도시샤대학 영문과로 옮겼다. 귀국을 앞두고 항일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하던 중 건강이 나빠져 1945년 2월에 생을 마감했다. 유해는 북간도 용정에 묻혔다. .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청운동에 자리한 이유는 이렇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에 다니던 1941년 종로구 누상동에 위치한 후배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약 4개월간 하숙했다. 당시 누상동과 청운동 일대를 산책하며 시상을 가다듬었다고 전한다. 속마음을 터 놓고 얘기할 수 있는 후배와 함께 차를 마시고 음악을 즐기며 문학을 이야기했던 이 기간이 윤동주의 짧은 생에 가장 행복한 시기로 여겨진다. 하숙집 근처 언덕에 올라 도심의 풍경을 바라보며 조국의 어두운 현실을 가슴 아파했을지 모를 일이다. 용정의 그의 무덤에서 가져온 흙 한 줌이 이 언덕에 뿌려졌다

여행/ 윤동주 문학관
건축학적 가치가 높은 윤동주 문학관/ 한국관광공사 제공
윤동주 시인의 언덕은 화려하지 않다. 잔디가 깔린 마당에 소나무가 있고 짤막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 표석과 ‘서시’ 시비도 있다. 시비 앞에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 서울 밤 풍경’ 표지판도 있는데 그만큼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좋다는 얘기다. ‘한양도성길’도 언덕을 지난다. 성곽 앞에는 ‘윤동주 소나무’도 있다. 늘 푸른 소나무는 모진 풍파에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시인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산책로를 걷고 소나무 옆에서 가슴 탁 트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살핀다. 문밖을 나서기가 선뜻 내키지 않는 요즘이지만 발품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도 정신이 맑아지는 이 언덕을 즐겨 찾는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찾은 사람들은 언덕 아래의 윤동주 문학관도 들른다. 문학관은 용도 폐기된 청운수도가압장을 리모델링해 2012년 7월에 문을 열었다. 시인의 유품과 자필 서신, 생애 사진 등을 전시한다. 용정의 시인 생가에서 직접 옮겨온 ‘나무 우물’도 있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는 우물이 등장한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중략) /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문학관 건물 역시 우물을 모티브로 꾸몄다.

여행/ 한양도성길 백악구간
한양도성길 백악구간/ 한국관광공사 제공
바람 순하고 볕 따스한 날에는 한양도성길도 걷는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1396년 한양을 포함한 도읍지 한성부의 경계를 표시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한양도성을 축조했다. 이 가운데 성곽을 따라 낸 산책로가 한양도성길이다. 한양도성길은 여러 구간으로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 백악구간과 인왕산구간이 창의문(자하문)을 중심으로 연결된다. 창의문은 윤동주 문학관 건너편에 있다.

백악산(북악산)과 인왕산 지역은 예부터 경치가 수려하기로 이름났다. 서울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데다 출발점이나 도착점의 교통도 편리해 찾는 이들이 꾸준하다. 백악구간은 창의문에서 시작해 경복궁 뒤에 솟은 백악산 능선을 따라 혜화문으로 연결된다. 약 4.7km로 완주하는 데 약 3시간 잡으면 된다. 지난해에는 그동안 폐쇄됐던 북측 탐방로가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52년 만에 개방됐다. 인왕산구간은 창의문에서 인왕산 정상을 지나 돈의문 터로 이어진다. 약 4km로 완주하는데 약 2시간 30분 걸린다. 암봉과 성벽이 어우러진 풍경이 참 멋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샷’을 위해 찾는 이들도 제법 많다. 백악구간이나 인왕산구간이나 산행 재미가 쏠쏠하다는 얘기다.

여행/ 환기미술관
환기미술관/ 한국관광공사 제공
산행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부암동 구경에 나선다. 골목마다 옛 정취가 남아 있고 잠깐 쉬어갈 카페와 환기미술관 같은 갤러리도 많다. 풍경 수려한 인왕산 자락의 부암동에는 역사 속 유명 인물들의 별장도 많았다. 무계정사는 조선시대 안평대군의 별장으로 전하는데 지금은 터만 남았다. 서울미술관을 통해 관람 가능한 석파정은 흥선대원군이 이용했던 별장으로 알려졌다. 도심 속 휴식처로 사랑받는 백사실계곡에는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백사 이항복의 별장이 있었다고 전한다. 백사실계곡은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비대면 안심관광지’ 25곳에도 포함됐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올라 바람을 맞고 소담한 골목을 기웃기웃하면 숨통이 좀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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