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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농부들이 세달째 시위에 나서는 이유는?

인도 농부들이 세달째 시위에 나서는 이유는?

기사승인 2021. 02. 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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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Farmer Protest <YONHAP NO-5800> (AP)
인도 농민들은 정부의 농업개혁법에 반대하는 항의시위를 세 달째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델리와 우타르 프라데시주 접경에서 ‘숙박 시위’를 위해 세워진 텐트가 늘어서 있는 모습./사진=AP 연합
인도에서 농업개혁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세 달째 계속되는 가운데 농민들은 농업개혁법을 폐지할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며 타협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인도 북부 펀자브주 바르날라의 한 농산물시장에는 이른 시간부터 약 13만명의 농민들이 버스와 트랙터를 끌고 모여들었다. 이들은 농업개혁법에 항의하며 인도 정부가 이를 철회할 때까지 계속 저항하겠다고 외쳤다. 펀자브주는 하리아나주와 함께 인도 최대 곡창지대다.

농민 시위대 대표는 “우리는 펀자브 농민들에게 뉴델리의 시위 상황을 전하고 동참을 촉구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뉴델리 외곽에는 농업개혁법에 항의하는 농만 수만 명이 몇 달째 텐트를 치고 ‘숙박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 대표 측은 펀자브 농민들에게 오는 27일 뉴델리 외곽으로 이동해 화력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30km를 이동했다는 한 농부는 “우리의 목표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악법을 폐지시키는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인도 농민들의 농업개혁법 반대 시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돼 세 달째 지속되며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인도 의회는 지난해 9월 농업개혁 관련 법안 3건을 통과시키면서 대대적인 농업 개혁에 나섰다. 해당 법안들은 지금까지 국가가 관리해오던 농산물 유통과 가격 책정을 민간에 개방하는 것이 골자다.

인도는 근로자의 절반 가량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또 농가의 절반이 부채를 떠안고 있으며 생활고로 인한 농부의 자살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인도 정부는 민간자본을 통해 침체됐던 농업을 부흥시키고자 농업개혁법을 단행했다. 이제 농민들은 국가가 지정한 도매시장 대신 민간 유통업체와 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농업개혁법이 시장 불안전성을 유발하고 민간 회사만 배를 불리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로부터 농산물 가격을 보장받은 최저가격제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농민의 수입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농업 분야에 거대 민간 유통업체들이 개입해 담합하면 농민들은 사실상 불리한 입장에서 거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농업개혁법 구상 과정에서 농민들의 자문을 전혀 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은 대체적으로 평화로운 시위를 지향하고 있지만 일부 시위대가 시내 진입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하면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숙박 시위 도중 추위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도 20여 명에 이른다.

인도 정부는 10차례 협상을 통해 농업개혁법 개정과 연기를 제안하는 등 타협점을 찾고 있지만 농민들은 완전 폐쇄를 요구하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인도 유권자 상당수가 농민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모디 총리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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