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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합의 급할 게 없다”고 주장하는 LG-SK 속내는

[취재뒷담화] “합의 급할 게 없다”고 주장하는 LG-SK 속내는

기사승인 2021. 03. 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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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급할 게 없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을 받아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IT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의 리튬 이온 배터리 제품 등의 미국 수입을 10년간 금지한다는 최종 판결을 발표했습니다.

최종 판결에도 양 측은 합의금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요, 서로 급할 것이 없다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속내는 그리 여유롭지 못해 보입니다. 합의하는데 시간을 끌면 끌수록 양 쪽 모두 득보단 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계약한 포드와 폭스바겐의 경우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받았지만, 앞으로 미국에서 영업에 제약이 생기게 됩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10년간 미국의 수입 금지 처분을 받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수주하는 것을 꺼릴 수 있기 때문이죠. 수천에서 수조원대가 될 수 있는 합의금의 조달 방법도 고민해야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의 배터리 생산, 판매를 못 하게 되면 대안으로 LG가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중국의 CATL 정도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현대차 코나의 배터리 리콜 비용을 두고 현대차와 갈등을 빚으면서 신경써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지난해 12월 LG화학에서 분사한 후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이슈들이 정리되지 않으면서 안팎으로 시끄러운 셈입니다.

2차전지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 등의 추격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현대차는 중국의 CATL을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중국 배터리사는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국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는 겁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자체 생산 등을 고려하는 모습입니다. 최근 포드가 배터리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내 자체 생산을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배터리 업체의 의존도를 낮추는 사례가 늘어날 수록 LG와 SK 모두에게는 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양 사 모두 한 발 물러나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길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국내 업체간 다툼이 향후 국가적 피해로 번질 경우 여론의 뭇매를 양 쪽 모두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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