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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역사적인 이라크 방문 위험하다” 전문가들 경고, 왜?

“교황, 역사적인 이라크 방문 위험하다” 전문가들 경고, 왜?

기사승인 2021. 03. 0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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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보안군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마르유시프 교회에서 교황 방문 준비를 위해 설치된 콘크리트 벽을 순찰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불안한 치안을 감수하고 오는 5일(현지시간)부터 8일까지 사상 처음 이라크를 방문한다. 앞서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가 재위 기간 이라크 방문을 추진했으나 현지 치안 사정 등에 끝내 발목이 잡혔었다. 따라서 교황의 이라크 방문이 성사된다면 역대 처음으로 기록된다.

이라크 순방 준비를 지원하는 칼데아가톨릭 총대주교인 루이스 라파엘 1세 사코 추기경에 따르면 교황의 주요 일정은 5일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한 뒤 이라크 총리와 대통령을 접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바그다드에 위치한 ‘구원의 성모’ 시리아가톨릭대성당에서 바그다드 성직자들과 만난다. 이곳은 2010년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로 수십 명의 신자들과 사제 2명이 목숨을 잃은 성당이다. 6일에는 이라크 남부 나자프로 이동해 이라크 이슬람 시아파의 최고 종교지도자 알시스타니 대 아야톨라를 비공개로 만날 예정이다.

그리고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의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BC 1996년~BC 1821년) 출생지인 우르 평원을 방문한 뒤 고통의 성모 칼데아가톨릭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게 된다.

이번 방문에 거는 이라크 정부와 세계의 기대는 크다. 곤경에 처한 이라크의 기독교인들에게 필요한 정신적 힘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슬람 세계와의 교류를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한때 100만명에 이르렀던 이라크 내 기독교인은 사담 후세인 정권의 묵인 하에 알카에다와 IS의 박해를 받아 25만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는 추산이다.

그러나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지난 28일 AP통신은 “순수하게 역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코로나19가 대유행 중인 이라크를 교황이 순방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건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조짐도 있다. 교황 방문을 앞두고 실무 준비를 총괄하던 교황청 대사인 미트자 레스코바르 대주교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조치됐다. 그는 교황 방문지가 될 모술·나자프·우르 등을 최근 사전 답사했다. 이라크에서 새롭게 퍼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부분 영국에서 확인된 전염성이 강한 변이라는 점도 걱정거리다. 최근 이라크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3000∼4000명대, 사망자는 20명 안팎이다. 지난 27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69만2000명·사망자 1만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하버드 의대 다나-파버 암연구소의 바이러스학자인 나비드 마다니 박사는 “교황의 이라크 방문이 안전하지 않거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태생의 마다니 박사에 따르면 이라크·시리아·예멘은 여전히 내전 중이고 인도적 원조가 필요한 사람만 4000만명 이라는 점에서 방역에 취약하다. 방치되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역에서 교황을 환영하는 인파가 더해지면 바이러스 통제는 어려울 수 있다. 전쟁과 경제 위기로 이라크에선 의사들이 다수 이탈했다. 국민들의 인식도 문제다. AP통신은 “많은 이라크인들이 마스크를 쓰는 데 소홀하고 일부는 이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만 84세 교황의 방문 의지는 강하다. 그는 이라크인들이 텔레비전으로 자신의 방문을 시청하게 되더라도 가겠다는 입장이다. 나름 안전장치도 마쳤다는 판단이다. 방문에 포함된 수행단 20명 및 기자단 70명 등은 교황과 더불어 모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다. 복수의 이라크 정부 관계자는 AP통신에 “마스크 착용 의무, 사회적 거리두기, 군중 제한 등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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