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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특공 내집마련 슬픈 자화상…“결혼했지만 미혼입니다”

신혼특공 내집마련 슬픈 자화상…“결혼했지만 미혼입니다”

기사승인 2021. 03. 0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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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결혼기간 짧을수록 유리
혼인신고 미뤄 청약 가점 쌓고
각각 청약으로 당첨확률 높여
대출액도 늘어 자금압박 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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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의 당첨률을 높이기 위해 혼인신고까지 미루는 신혼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모습. /사진=임유진 기자
최근 주택가격 상승으로 젊은 층의 내집마련이 어려워지면서 혼인신고를 미루는 신혼부부들이 늘고 있다. 특별공급 신청자격이 확대된 이후 신혼부부특별공급(신혼특공)을 노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제도 자체가 편법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혼특공은 혼인 신고 기간과 소득, 자녀 수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당첨될 수 있어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다양한 묘수가 나온다. 이 중 혼인신고를 미루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신혼특공은 혼인신고 후 7년까지만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혼인 부부가 혼인신고를 미루고 청약 가점을 쌓거나 분양금을 마련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2년째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는 30대 초반 남성 A씨는 2일 “집 문제부터 해결하고 아이를 갖자고 결혼 전 약속했다”며 “내 집 마련을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다. 대출받을 때도 혼인신고를 늦게 하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자금대출인 보금자리대출이 미혼일 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혼인 경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면 보금자리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기혼일 경우 부부합산 연소득이 8500만원 이하만 가능하다.

신혼특공을 노리는 신혼부부들이 원하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까지 혼인신고를 미루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결혼을 준비 중인 20대 후반 B씨는 “혼인신고를 하면 세대주만 청약 통장을 쓸 수 있다”며 “요즘 청약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당분간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예비 신부와 함께 각자 청약을 넣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연봉 1억원이하 맞벌이 신혼부부도 특별공급에 지원할 수 있게 소득요건을 완화하면서 경쟁률은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제도가 계속 바뀌다보니 청약시장에서 이탈하는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 결혼 3년차로 임신 10주차에 접어든 30대 후반 여성 C씨는 “혼인 기간이 짧고, 자녀가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 신혼 특공은 포기한지 오래”라며 “주위에 혼인신고를 미루고 출산을 먼저 해 청약 가점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C씨는 “두 자녀에 셋째를 임신한 사람들이 죄다 특공에 몰리는데, 늦은 나이에 결혼해 임신 초기인 나 같은 사람은 이 바닥에 명함도 못 내민다”고 혀를 내둘렀다. C씨는 “편법은 아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니까 모양새는 좋지 않아 보인다”며 “정부가 아파트로 신혼부부들끼리 갈등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부부 중 한 명이 주택이 있을 경우 다른 한명의 무주택 요건을 활용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17년째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D씨는 “상담 온 신혼부부 중 아내가 미혼 때 청약에 당첨된 이력이 있었다”며 “혼인신고를 하면 부부가 1순위 재당첨 규정에 걸려 신규 아파트 청약자격을 잃게 돼 혼인신고를 미룬 경우를 봤다”고 귀띔했다. D씨는 “심지어 신혼특공을 받은 부부가 다른 집을 청약 받으려 위장 이혼하는 영화 같은 일도 암암리에 벌어진다”며 “당첨만 되면 억대 차익을 볼 수 있으니까 너도나도 편법과 꼼수를 동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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