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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색깔에 취하다…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 호평

홍상수 색깔에 취하다…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 호평

기사승인 2021. 03. 0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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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홍상수 감독의 영화 ‘인트로덕션’이 제7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각본상)을 받았다/아시아투데이DB
홍상수 감독이 ‘베를린의 남자’로 다시 우뚝 섰다.

홍 감독은 지난 5일(현지시간) 막 내린 제7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25번째 장편 연출작 ‘인트로덕션’으로 은곰상(각본상)을 받았다. 지난해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2년 연속 수상이다.

이 영화는 청년 영호가 아버지와 연인 그리고 어머니를 찾아가는 여정을 세 개의 단락으로 나눠 담았다. ‘풀잎들’ ‘도망친 여자’에서 홍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신석호가 주인공 영호를 연기하고, 역시 홍 감독의 전작들로 익숙한 예지원·기주봉·김영호 등이 힘을 보탰다. ‘파트너’ 김민희도 출연과 프로덕션 매니저를 겸했다.

홍 감독은 영화제 측에 보낸 수상 소감에서 “얼마전 김민희와 산책하다 발견한 달팽이를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직접 촬영한 달팽이 동영상을 얼굴 대신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제 기간 동안 현지 외신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미국 연예 산업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얼핏 보이는 것처럼 가벼운 영화가 아니다”라면서 “제목과는 반대로, 이 영화는 입문자를 위한 소개용이 아니라 오히려 홍상수 감독 영화 세계의 확장판”이라고 평했다.

스크린 데일리의 평점에서는 4점 만점에 3.3점을 받으며 공동 1위에 올랐고,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도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했다. 스크린 데일리는 “구성적인 복잡성과 신랄함은 물론 자꾸 생각나게 하는 유머까지 다양한 층위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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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이 ‘인트로덕션’으로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각본상)을 수상했다./제공=전원사
홍 감독은 베를린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5번 초청받아 모두 3개의 트로피를 챙기게 됐다.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김민희가 받은 여우주연상까지 포함해서다. 칸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도 4차례나 진출해, 유럽 영화계에서는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가장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른바 ‘홍상수 월드’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 인물들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과정에서, 특정한 공간을 배경으로 평범한 남녀가 소소한 감정을 주고받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매 작품마다 비슷해 보이는 주제와 소재로, 한때 ‘자기 복제’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김민희가 페르소나로 자리잡으면서 작품 세계가 조금씩 달라졌고,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남성들의 내적 심리만 주로 다뤘던 이전과 달리, 김민희를 만나고 부터는 여성 캐릭터로 시선을 옮기는 등 작품 세계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는 평가다. 일례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과의 만남에 따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해외로 떠난 영희(김민희)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홍 감독이 해외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자극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을 파헤치는데 있다. 원테이크·풀샷 등 화려하지 않는 촬영 기법을 사용해 주인공들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한다”며 “관객들에게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거나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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