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몸을 확 낮춘 걸 보면 선거 패배의 충격이 컸던 것 같다.
선거 패배로 가장 충격이 큰 사람은 박영선, 김영춘 후보가 아니라 문 대통령일 것이다. 나름대로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는 데다 20~40대 젊은 층의 우군, 특정 지역의 지지도 있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겠지만 결과는 참패였고,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총사퇴했다. 지난 총선에서 완전히 민주당의 표밭이었던 서울 여론이 이렇게 변한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낮은 자세” “무거운 책임감”을 강조한 것은 국정기조가 바뀔 수 있음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가 1년 남았는데 잘 마무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민주당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른바 ‘문빠’ ‘대깨문’ 등 강경 지지 세력과 일정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야당을 비롯한 반대편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에도 31명의 공직자를 인사청문 보고서 없이 임명했다. 청문회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일방통행이다. 그러면서 소통을 늘 강조했다. 이런 모습에 야당뿐 아니라 국민이 실망하고 이번 선거에서 표로 나타났다고 보면 된다.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여론을 안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열린 사고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국정을 운영하면 내 입장을 버리고 국민을 포용할 수 있다. 적폐 청산이라는 말로 과거를 단죄하는 데 매달리지도 않는다. 탈원전처럼 많은 국민과 야당이 반대하는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갈등을 만들지도 않는다. 이번 선거가 문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일신하여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