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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성매매 이주여성 무리한 조사는 인권침해”…경찰 제도개선 권고

인권위 “성매매 이주여성 무리한 조사는 인권침해”…경찰 제도개선 권고

기사승인 2021. 04. 1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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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연합
경찰이 체포 과정에서 부상을 입어 입원한 성매매 이주여성에 대해 무리한 조사를 벌이고 인신매매 피해 식별절차를 거치치 않은 것은 인권 침해라며 제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12일 “경찰이 추락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이주여성에 대해 사고 당일 다인실 병실에서 무리하게 피의자 신문을 실시하고 신뢰관계인의 동석, 영사기관원 접견·교통에 대한 권리고지 절차도 준수하지 않았다”며 “이는 피해자의 인격권과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주여성단체들은 “마사지 업체에서 성매매한 피해자가 경찰 단속 과정에서 건물 4층에서 뛰어내려 부상으로 치료를 받는 상황에서 경찰이 조사를 강행하고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조치도 없었다”며 지난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태국 현지 에이전시로부터 허위 정보를 듣고 지난 2018년 한국에 입국한 이주여성 A씨는 여권을 빼앗긴 채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2월 8일 경찰이 현장에 들이닥치자 건물 4층에서 창문으로 뛰어내려 하반신에 부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이송돼 입원 치료를 받게 됐다.

이후 관할서 수사관은 사고 당일 오전 11시께 피해자가 입원 중인 6인실 병실에서 성매매 사실과 관련된 피의자 신문을 약 1시간 30분간 진행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A씨의 입국 과정과 일을 시작하게 된 경위를 충분히 파악하지 않은 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에 돌입한 점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성매매 행위를 적발할 때에는 노동 조건, 경제적 속박, 신체적·심리적 폭력 등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며 “한국 내 사회적 지지기반이 없는 A씨의 경우 인신매매 피해가 의심되는 상황이었음에도 관련 규정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 측은 “피해자가 조사 중에 인신매매 피해자임을 주장한 사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주여성인 피해자는 한국 사법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낮으며 인신매매에 따른 성 착취 피해에 쉽게 노출될 위험이 높은 집단에 속하므로 조사를 강행하기 전에 유엔 인신매매방지의정서에 따라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조치가 선행될 필요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A씨를 상대로 무리한 조사를 한 경찰관에 대해 서면경고 조치를 할 것을 해당 경찰관서장에게 권고했다. 또 경찰청장에게는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식별절차와 보호조치 등 관련 규정을 세부적으로 마련하고, 이주 여성에 대한 수사를 실시함에 있어 신뢰관계인의 동석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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