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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국내주식 보유한도 늘린 국민연금, ‘폭탄 돌리기’ 우려

[취재뒷담화]국내주식 보유한도 늘린 국민연금, ‘폭탄 돌리기’ 우려

기사승인 2021. 04.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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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허용범위가 최근 기존 18.8%에서 19.8%로 1%포인트 늘어났습니다. 올들어 순매도 행진을 이어온 국민연금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진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됩니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내주식 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연일 매도세를 이어오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반발했기 때문이죠.

이번 국내주식 투자 허용범위 확대는 개인투자자들의 바람처럼 국민연금 매도세를 일부 진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국민연금이 개인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정부는 지난 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국내 주식의 전략적 투자비중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2%포인트인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3%포인트로 확대하기로 한 겁니다. SAA는 자산시장의 가격변동에 따른 목표 비율 이탈을 허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의 운용 자금은 833조원 규모였으며, 이 중에서 국내 주식 비중은 21.2%(176조7000억원)에 달했습니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보유 비중을 맞추기 위해서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51거래일 연속 국내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의 국민연금이 기계적인 매도를 한다며 반발한 점이 이번 목표비중 유지규칙 변경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향후 기금 고갈 시점에 맞춰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오는 2030년부터 연금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2057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보이죠. 운용 수익이 아닌 자산 매각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해외투자 비중을 높이려고 했던 이유입니다. 국민연금은 2025년까지 국내주식 보유 비중을 15%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습니다.

당장 국내주식 투자비중이 높아지더라도 국민연금의 보험료와 연금급여가 역전되는 시점이 되면 대규모 주식 매도가 이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보다 시장에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조삼모사’인 셈이죠. 국민연금이 당장 개인투자자 눈치를 보느라 주식 매도 시점을 두고 ‘폭탄 돌리기’를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연금은 더 이상 개인투자자들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역할을 기억하고 투자원칙을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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