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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핑계 정치’

[아투 유머펀치] ‘핑계 정치’

기사승인 2021. 04. 1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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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골퍼들의 핑계는 무궁무진하다. 첫 홀 티샷에서부터 마지막 홀 퍼팅까지 핑계열전이다. ‘너무 오래간만에 나왔더니’ ‘몸을 충분히 풀지 못했어’ ‘어젯밤에 과음을 했더니’ ‘연습장에서 볼을 너무 많이 쳤나봐’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별난 동반자 때문에’ ‘공에 흙이 묻어서 찝찝하더니’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리는 바람에’ ‘앞팀 플레이가 너무 느려서’ ‘그린에 습기가 많아서...’

그래서 골프는 핑계의 게임이라고 한다. 이 핑계 저 핑계를 찾다가 가장 마지막으로 둘러대는 핑계가 ‘오늘은 이상하게 안 되네...’이다. 전·월세 5%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을 내용으로 한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작 자신은 임대차 3법 통과를 앞두고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상당폭 올려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민감한 부동산 문제여서 당연히 비난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박 의원이 부동산중개업소 핑계를 대자 야당에서는 ‘부동산 내로남불’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아내 핑계를 대더니,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집주인 인상’ 탓에 이어 이번에는 ‘부동산 사장님’ 탓이 새롭게 등장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핑계가 만발하고 있다. 현 정부는 유난히 핑계가 많아 보인다. 남 탓이 심하다. 걸핏하면 야당 탓이요 전 정부 탓이다.

언론 탓, 검찰 탓도 단골 메뉴이다. 20대의 ‘역사 경험치’ 탓을 하다가 선거에서 역풍을 맞기도 했다. 그러니 야권에선 ‘습관성 남탓정권’이라 매도한다.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백신 관련 악재에는 또 무슨 핑계가 나올지 궁금하다. 현재의 공직부패마저 적폐 탓으로 돌리는 판국이니 ‘잘되면 내 탓이요 못되면 조상탓’이라는 속담이 무색할 지경이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국정은 개인의 골프 게임과는 다르다.

미국의 조직 개발 전문가 존 밀러는 ‘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는 책에서 온갖 핑계와 변명과 무책임이야말로 조직과 공동체를 망치는 암적인 요소라고 경고했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얘기로, 넌 핑계를 대고 있어, 내게 그런 핑계를 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은, 넌 웃을 수 있니’ 아무나 핑계로 출세하고 부귀를 얻는게 아니다. 그건 가수 김건모 하나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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