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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은 새벽, 여경은 오후 출근?…경찰의 이상한 근무표

남경은 새벽, 여경은 오후 출근?…경찰의 이상한 근무표

기사승인 2021. 04. 2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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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도는 서울경찰청<YONHAP NO-1882>
경찰 로고./연합
최근 경찰 조직 내에서 남·여경이 받는 대우가 다르다는 역차별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실제 일부 지역 경찰 기동대원들의 근무와 출퇴근 시간은 성별에 따라 매우 상이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위 대응 등 강도 높은 업무는 대체로 남경이 맡은 반면 대기 등 낮은 강도의 업무는 여경에 배정된 것이다.

20일 아시아투데이가 경기남부경찰청 기동단 소속 남녀 각 한 제대의 30일간(3월 22일~4월 20일) 근무배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남경기동대인 A제대의 집회현장 대응횟수는 9회인 반면 여경기동대인 B제대는 1회에 불과했다. 또 집회 대응을 위한 새벽 출근에 배정된 경우는 A제대가 6회로, 주로 남경이 기피 시간대 근무를 도맡은 반면 B제대는 단 한 차례도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집회현장 인근의 경찰버스 등에서 대기하며 우발적 상황에만 투입되는 ‘우발대비’ 근무는 대부분 여경에 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즉 대체로 남경은 현장에서 시위대를 직접 대응하며, 여경은 여분 인력으로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우발대비 근무로 A제대는 1회 투입됐지만 B제대의 투입 횟수는 5회였다.

우발대비 근무는 실제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드물어 비교적 근무 강도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장에 이미 대응인력이 배치된 상황이어서 추가 인력이 필요한 예외적 경우에만 투입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동대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시위 현장에 투입된 남자 기동대원 이외에 추가로 인력이 투입될 상황은 매우 적다”며 “사실상 특별한 일이 없으면 버스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밖의 코로나19 격리 시설 근무, 민생치안근무, 부대대기, 휴무 등의 횟수는 남·여경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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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로 추정되는 네티즌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글./블라인드 캡처
최근 군 가산점제 논란으로 2030세대 남녀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남·여경의 근무 여건에 대한 현직 경찰들의 불만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잇따르고 있다. 한 남자 경찰관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기동대 순번은 남녀 구분 없이 동일하게 짜던가, 남녀 기동대 비율을 성비에 맞춰 구성하던가 공정하게 보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러한 역차별 문제로 논란이 거세질 경우 조직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경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성별에 따른 근무여건 차이로 비롯되는 형평성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현직 경찰은 “신체적 차이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근무 강도에 큰 차이를 두는 것은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로 볼 수밖에 없다”며 “형평성 문제에 대해 불만을 갖는 남경들이 많다. 근무를 공정히 배정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경 출신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남성경찰 역차별 폭로글과 관련해 “얼마나 고생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기동대에서 근무하는 인원들에 대한 처우가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 대원들의 불만은 무엇인지 현황 파악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며 “만약 기동대 근무자들의 근무 조건이 열악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당장 개선해야 한다”고 경찰청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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