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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잠 못든다’ 미얀마 군경, 무덤 파헤치고 사망자 대폭 축소

‘죽어서도 잠 못든다’ 미얀마 군경, 무덤 파헤치고 사망자 대폭 축소

기사승인 2021. 04. 2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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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지난달 14일 미얀마 양곤의 산차웅 읍내에서 일어난 시위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가 군경의 진압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제공=AP연합
미얀마 군부가 시위자들의 공동묘지를 파헤치는 가하면 민간인 사망자 수를 터무니없이 낮게 잡아 지탄을 받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전날 오전 바고의 신퓨킨 공동묘지에 군인들을 태운 트럭 3대가 도착해 무덤 속 12구의 시신을 꺼내고 추모비를 파괴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묘지는 군부에 의해 살해된 시위자 12명이 묻힌 곳이다. 지역 주민들은 그들을 ‘봄의 혁명 영웅’으로 묘사하는 추모비를 세웠다.

앞서 9일 군경은 바고의 반 쿠데타 시위대를 향해 실탄·박격포 등 중화기를 발포해 최소 80여명의 시민들을 살해했다. 시신들은 자야르무니 터에 무더기로 쌓였으며 그 중 일부는 살아있는 상태였다고 한 목격자가 미얀마 나우에 증언했다. 이후 군경은 유족들에게 시신을 돌려주는 대가로 시신 한 구당 12만 짯(약 9만6000원)부터 18만 짯(약 14만원)을 요구해 파문을 일으켰다.

묘지가 조성된 사실을 알게 된 군부는 18일 해당 지역 17개 자선단체 회의를 소집한 뒤 “묘역조성이 불법이니 해체하고 시신들을 이장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군인들은 12구의 시신을 아무런 표시 없는 별도의 장소에 이장하고 추모비도 파괴해 버렸다. 소식을 접한 미얀마 시민들은 “야만적 행동”이라며 분개했다. 인근에 사는 목격자는 “무덤은 4월 초부터 최근에 이르는 시신들이 있었다”며 “군인들이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땅 위에 올려놨다. 시체가 썩어가고 있어 냄새가 심하게 났다”고 말했다.

군경은 지난달에도 ‘태권 소녀’ 치알 신(19)의 무덤도 파헤친 바 있다. 치알 신은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만달레이에서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장례식 다음 날 미얀마 당국은 무덤에서 시신을 꺼내 벤치에 놓고 검시한 뒤 다시 매장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19일 기준 군경의 발포와 폭력에 의해 시민 738명이 사망하고 3261명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3월 27일에는 하루 1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반면 미얀마 군부는 사망한 시민들 수를 약 ‘3분의 1’로 대폭 축소해 발표했다. 20일 로이터통신은 군부가 공개한 쿠데타 이후 숨진 민간인은 258명이라고 전했다. 이와 다른 사망자 숫자는 과장된 것이라는 게 군부의 입장이다.

군부는 AAPP가 이웃 국가인 태국에 근거지를 둔 불법 단체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망자 숫자를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258명 중 240명만이 시위대 공격에 맞서 군경이 총기를 발사하는 과정에서 숨졌고 나머지는 사고나 자연사 등으로 사망했으며 3명은 서로 총을 쏘다가 숨졌다고 설명했다. 군부가 운영하는 MRTV는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군인 7명·경찰 1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AAPP는 “우리는 불법적인 군사정권의 잔혹성에 대한 정확하고 입증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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