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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칼럼] 신약 개발의 고통스러운 여정

[김동철 칼럼] 신약 개발의 고통스러운 여정

기사승인 2021. 05. 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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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 유비케어 사외이사
제약사들의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가 동시에 출몰하는 상황이어서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됐건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된 후 1년여 동안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확실한 백신을 개발한 것은 심장질환이나 암의 치료제 개발의 지난한 과정에 비춰보면 기적이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심장질환이 큰 문제로 대두됐다. 국립심장연구소에서 국가적인 연구가 발 빠르게 시작되어 1961년에는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으면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후 몇몇 과학자들의 오뚝이 같은 집념 덕분에 지난 50년간 심장질환 사망률이 75% 감소하고 미국에서만 1000만명 이상이 목숨을 구했다.

그들 중 일본인 과학자 엔도 아키라 박사는 6000가지가 넘는 균류를 배양해서 실험한 끝에 메바스타틴이라는 콜레스테롤 억제제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이때가 1972년이었다. 그는 특정 버섯이 사람에게는 무해하지만 파리에게는 독성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곰팡이와 버섯은 박테리아의 주요 먹이다. 곰팡이와 버섯 같은 균류들은 박테리아에 먹히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붕괴시키는 화합물질을 분비해서 박테리아를 죽인다. 박테리아 입장에서는 살아남기 위해서 다량의 콜레스테롤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 여정은 길고 험난했다. 엔도의 연구는 세 차례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 첫 번째는 인간 세포의 정상적 작동을 위해 콜레스테롤이 필요한데, 인위적으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물질은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당시 학계의 인식이었다. 역설적으로 콜레스테롤 억제가 사망률을 높이고 백내장을 유발한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두 번째는 동물실험의 실패였다. 설치류인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실패하자 엔도의 실험이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이 고비는 실험 대상을 쥐에서 닭으로 대체하면서 극복됐다. 쥐의 체내에는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나쁜 콜레스테롤(LDL)이 거의 없고, 좋은 콜레스테롤(HDL)만 있는 데 반해 닭은 인체와 유사한 콜레스테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 고비는 개에게는 암을 유발한다는 반박 연구가 초래했다. 그러나 개의 실험에서 나타난 종양이 암처럼 보이는 ‘거짓’ 양성반응임을 밝혀냄으로써 이 고비도 극복하고 엔도는 대형제약사 머크와의 협업으로 신약물질 개발에 성공했다. 이러한 고비들을 넘기는 데 7년, 그리고 최초의 약이 FDA의 승인을 받는 데 16년, 도합 20년 이상 연구자는 모진 학계의 조롱을 감내해내야 했다.

암 치료 신약 아바스틴을 개발한 소아과 의사 포크먼도 1971년 ‘암을 굶겨 죽일’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천하기 위해 30여 년간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암 치료의 초기단계였던 당시에는 암에 독성물질을 다량으로 투입하는 화학적 요법이 유일했었는데 마침내 오늘날 암환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표적치료와 면역요법의 토대가 된 신약의 개발에 성공했다.

이러한 역사적인 일들을 해내는 사람들은 창의적 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리더’들이다.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이나 고비들은 오히려 최종적 성공을 더 빛나게 한다. 선진국에서 주로 이러한 역사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까닭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자본과 기술력도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 반열에 든 만큼, 조만간 좋은 사례가 나올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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