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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증권업계서 한국투자증권 ‘밉상’된 속내는

[취재뒷담화] 증권업계서 한국투자증권 ‘밉상’된 속내는

기사승인 2021. 06.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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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얄밉다.”

한국투자증권이 대규모 손실을 야기한 사모펀드에 대해 판매사로서의 책임을 이유로 ‘전액 보상’ 카드를 꺼내들자, 금융권에서 나온 반응입니다. 판매사들 중에 금융당국 권고도 없이 100% 모두를 보상하기로 한 것은 한국투자증권이 처음입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한투의 결정이 대단해보이기도 합니다. 총 보상금이 1584억원이고, 이미 지급된 보상금을 제외하면 800억원을 추가로 지출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투의 보상금이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판매사들에 비해선 현저히 적기 때문입니다.

옵티머스펀드만 보더라도, 100% 반환을 결정한 NH투자증권은 일반투자자에게 약 3000억원을 돌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판매금액은 300억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라임펀드 판매액도 192억원으로 판매량 상위인 우리은행(3600억원), 신한은행(2800억원)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입니다.

더구나 문제가 된 사모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은 대부분 재무건전성이 탄탄하기 때문에 금액이 많더라도 맘먹고 보상하자면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투처럼 전격적으로 나서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이라는 자본시장의 기본 원리가 바로 그 이유입니다.

물론 판매사로서 고객에게 직접 소개했기 때문에 상품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점은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특성상 판매사는 각 자산운용사가 임의로 변칙 운용한 상품을 걸러내기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판매사 한 관계자는 “책임을 따지는 것은 ‘면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에서 확실히 잘못이 있는지 따져야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일각에서는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모두 궁극적 사태 해결을 위해 어떤 부분에서 책임이 있는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골몰하는 와중에 ‘전액보상’ 카드를 꺼내들면서 책임 소재가 더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습니다. 책임을 인정해버리면서 아직 진행되지도 않은 분쟁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입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전액보상을 한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한투는 역시 적게 물렸구나”라는 생각이 제일 처음 들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액 자체가 적어 ‘전액보상’한다고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석합니다.

앞서서도 언급했듯, 당장 보상을 통해 소비자 보호에 나설 필요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입니다. 판매사가 ‘독박’을 쓰는 구조가 된다면 언제든 부실 사모펀드가 작정하고 사기를 치더라도 다시 판매사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투도 보상을 결정했지만, 향후 투자자산 회수와 구상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모펀드 사태가 보상에서 끝날게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발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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