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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비종교적 신념’ 따른 현역 입대 거부 최초로 인정

대법, ‘비종교적 신념’ 따른 현역 입대 거부 최초로 인정

기사승인 2021. 06. 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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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파괴하는 군대 체제와 국가권력에 동의할 수 없어"
재판부 "신념·신앙 내면에 깊이 자리잡혀…진정성 인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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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종교적 신념이 아닌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한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이 자신의 비폭력주의·반전주의 신념과 신앙을 이유로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사안에서 무죄를 선고한 최초 판결이다. 비종교적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했다가 무죄를 확정받은 사례는 있지만, 현역 입대 거부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4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32)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신념과 신앙이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해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춰 타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7년 현역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개인·철학적 신념을 바탕으로 한 양심에 따른 입영 거부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자신이 성 소수자인 점을 들어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 집단문화에 반감을 느꼈고,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기는 전쟁과 타인에게 폭력을 가할 것을 전제로 하는 군대 체제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A씨는 ‘이스라엘의 무력침공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독교단체 긴급기도회’, ‘용산참사 문제 해결 1인 시위’, ‘한국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 반대 시위’,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운동’, ‘수요시위’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재판에서는 A씨의 주장이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 처벌의 예외 조항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인정하는 헌법재판소 결정 및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종교적 양심 내지 정치적 신념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는 것이 병역법 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신앙과 신념이 피고인의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고, 이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번 사건은 단순히 기독교 신앙(교리)만을 근거로 병역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사안과 구별된다고 판단해 무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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