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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역대급 투자 결단했지만…이재용 “마음이 무겁다”

[취재후일담] 역대급 투자 결단했지만…이재용 “마음이 무겁다”

기사승인 2021. 11. 2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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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귀국
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고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3일(현지시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신규 생산라인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겠다고 발표했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약 20조 원)로,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송의주 기자songuijoo@
“투자도 투자지만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되니까 마음이 무겁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4일 11일간의 북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의외의 발언을 남겼습니다. 삼성전자가 1년 가까이 고심했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테일러로 최종 낙점한 날이기도 했던 이 날, 이 부회장이 전한 소감은 홀가분함이 아닌 위기감이었습니다.

20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금액의 투자를 결단한 이 부회장이 출장지에서 본 것은 투자에 따른 밝은 미래가 아닌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 부회장이 느낀 위기감은 최근 세계 반도체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봐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절반 이상을 점유하며 확고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만의 TSMC는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삼성 못지않은 공격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4조2000억원)를 들여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이 공장의 가동 시기는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이 생산을 시작하는 2024년으로 같습니다.

미국 공장 설립을 포함해 3년간 1000억 달러(약 119조원)를 들여 증산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TSMC는 최근 일본에서도 70억 달러(약 8조3000억원)를 들여 차량용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추격하는 삼성을 더 멀찌감치 따돌리며 누구도 흔들 수 없는 파운드리 철옹성을 건설하겠다는 움직임입니다.

3년 전 파운드리 사업에서 철수했던 인텔마저 커가는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문 인수, 낸드플래시 세계 2·3위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합병 시도 등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경쟁과 몸집 불리기 등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인 사실들만 봐도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경쟁이 이토록 치열한데, 현장 최전선의 피 튀기는 싸움을 직접 보고 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위기의식이 어떨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

이 부회장이 출장지에서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했다는 이 말은 어쩌면 이 부회장이 스스로에게 한 다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메모리 반도체에 이은 ‘시스템 반도체 신화 창조’를 공언한 이 부회장이 미국 땅에서 직면한 냉혹한 현실과 위기의식이 미래 삼성의 약이 될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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