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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때문에 아세안 분열?” 싱가포르에 발끈한 캄보디아

“우리 때문에 아세안 분열?” 싱가포르에 발끈한 캄보디아

기사승인 2022. 01. 1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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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미얀마를 찾은 훈센 캄보디아 총리(왼쪽)와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회동하고 있다./제공=AFP·연합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을 수임하는 캄보디아가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정과 회동한 것을 두고 싱가포르와 신경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11일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친정부성향 매체인 크메르타임즈는 ‘아세안이 캄보디아 때문에 분열된다? 누가 그런 말을 하느냐’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크메르타임즈는 해당 사설에서 캄보디아가 아세안 의장국이 된 지 불과 7일만에 “캄보디아를 험담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전(前) 싱가포르 외교관들의 공격으로 돋보이게 됐다”며 “싱가포르 정부가 입을 막지는 못한다고 하지만 이 전직 외교관들은 캄보디아를 아세안의 악동이자 파괴자로 선전하도록 세미나 등에 초대를 받는다”고 비판했다.

크메르타임즈의 이번 사설은 지난 7~8일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미얀마 방문과 이후 나온 외신보도에 대한 비판이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9일 “훈센 총리가 미얀마 군부 수장과 만나 아세안 내 분열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외교관 출신인 옹켕용 전(前) 아세안 사무총장은 교도통신에 “훈센과 미얀마 군부 수장이 낸 성명은 말로만 가득 차있을 뿐, 현재 미얀마의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훈센 총리의 미얀마 방문도 “오는 18~19일 캄보디아에서 있을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 미얀마 군정을 참여시키려는 꼼수”라고도 비판했다.

매체는 또 다른 아세안 회원국의 고위 관리도 공동성명이 캄보디아가 미얀마에 ‘양보’ 내지는 ‘약하거나 잘못된 방향의 전략’이라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아세안 내부에서도 캄보디아와 미얀마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이 미얀마 군정을 아세안 회의에 초대하지 않길 바란다며 분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크메르타임즈는 캄보디아가 아세안 분열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고 미친 짓이자 부당하다”며 “싱가포르 출신 전직 외교관들은 항상 아세안에서 가장 똑똑한 인종인 것처럼 행동한다. 문제의 복잡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모든 책임을 더 가난하고 약한 국가에 전가하는 데 능숙하다”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사설은 “그들은 가난한 나라를 멸시하고 이들을 자신들의 독점적인 클럽에서 배제하려고 한다”며 “아세안에서 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를 추방하려는 의제를 선전하고 동티모르의 아세안 진출을 차단한다. 가난한 나라는 가족이 되어선 안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아세안의 관련된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 책임도 지난 2012년 아세안 의장국을 맡았던 캄보디아에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싱가포르뿐만이 아닌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언론들의 강압적인 행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슬람회원국-불교회원국, 해양국가-대륙국가의 구분으로 아세안의 분할과 분열을 촉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아세안-10을 종결시킨 것은 이들이라고 비판한 크메르타임즈는 “미얀마 이후 캄보디아와 라오스가 다음 목표가 될 수 있다”며 “아세안이 산산조각 났을 때 임무가 완수된 것을 축하할 것”이라 비꼬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캄보디아 외교가 관계자는 11일 아시아투데이에 “매체의 성향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캄보디아 정부가 매체의 입을 빌려 싱가포르 등 일부 아세안 회원국들을 ‘저격’한 것”이라며 “아세안 분열의 책임이 캄보디아에 있다는 내용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아세안의 분열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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