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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서 치료도 못받는 게 현실”…희귀병 가족들, 탈모 공약에 분통

“돈 없어서 치료도 못받는 게 현실”…희귀병 가족들, 탈모 공약에 분통

기사승인 2022. 01.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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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가능한 신약 약 25억…평범한 가정엔 그림의 떡
건강보험 보장 강화 만 4년…사각지대 보호는 미흡
환자-게티이미지
제공=게티이미지뱅크
#김선영씨(가명)의 딸인 예은(가명)이는 희귀 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SMA)’ 진단을 받고 병마와 사투 중이다. 평생 1회만 맞아도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졸겐스마’라는 치료제가 존재하지만 투여비용이 20억원이 넘어 엄두도 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건보 확대 등을 꿈꾸며 희망을 품고 지내던 선영씨는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언급한 ‘탈모 건보적용’ 공약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소수라는 이유로 사회서 철저히 외면받은 느낌이 들었다.

12일 문재인 정부가 의료비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추진한 지 만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김씨와 같은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국민 대다수가 겪는 질환과 치료 등에 대해서는 건보를 확대 적용했지만, 생명을 다투는 일부 질환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김씨를 더 가슴 아프게 하는 내용은 최근 이재명 대선 후보가 내세운 탈모에 대한 건보 적용 공약이다. 김씨는 “탈모로 인한 고통 크다는 것 알지만 생명과 직결된 질환은 아니지 않냐”며 “우리같이 생명을 두고 싸우는 사람들은…”이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그는 이후 “표가 되지 않는 소수라는 이유로 사각지대로 방치되는 게 서럽다”고 토로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SMA치료제인 졸겐스마의 1회 투여 비용은 약 25억원이다. 건보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부유층을 제외한 평범한 가정에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현재 건보가 적용된 스핀라자의 경우 1회 투여시 약 9000만원의 비용을 건보에서 부담하는데, 생후부터 20살까지 처방을 고려하면 환자 1명 당 최소 40억원 이상”이라며 “졸겐스마를 건보에 적용하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핀라자는 매년 3회(4개월마다 한 번) 접종이 필요하고, 본인 부담금은 연 3000만원(1회 약 1000만원)에 달한다. 건보가 적용됐음에도 평범한 가정은 감당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9월 SMA 질환의 12개월 여아를 둔 한 어머니의 사연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랐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청원인은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았는지 드디어 국내에도 졸겐스마라는 완치에 가까운 치료제가 들어왔다”며 “돈이 없어 맞고 싶어도 못맞는 아이들, 연령 제한이 낮아 못맞는 아이들이 없도록 넓은 방향으로 보험적용이 시급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청원에 동의한 수는 1만3200여명에 그쳐 청와대와 정부 등에서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SMA 질환에 한정된 사례가 아니다. 혈액암으로 투병중인 환아의 한 부모는 “정부 발표를 보면 마치 혈액암이나 중증질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신약은 대부분 건보가 적용되지 않아 평범한 사람들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며 “부자로 태어나지 못한 부모는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 관계자는 “한 대선 후보의 탈모 건보적용 공약은 돈이 없어 치료도 못받는 환자 가족 입장에선 매우 큰 충격”이라며 “무엇보다 생명과 직결된 신약에 대한 건보 적용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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