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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장률 상승했지만…희귀질환은 여전히 ‘사각지대’

건강보험 보장률 상승했지만…희귀질환은 여전히 ‘사각지대’

기사승인 2022. 01.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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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뛰어난 신약은 대부분 비급여
최소 수천만원~수억원 치료비 부담
"경증 소액질환은 현수준 유지하고 중증질환 등 최우선 보장해야"
[포토]바쁘게 이동하는 의료진
질병관리청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진단이 어려워 유병 인구를 알 수 없는 희귀질환자는 5만2000여명에 달한다.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사진=정재훈 기자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한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추진된 지 만 4년을 넘겼지만 여전히 희귀질환 분야에서는 사각지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치료비용이 높은 중증 질병을 중심으로 전면 급여화하는 방식으로 보험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증 질환 보장은 현 체제를 유지하되 고액 진료비에 대해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12일 건강보험 업계에 따르면 현 건강보험 구조는 희귀·난치성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 해소에 어려움이 있다. 2020년 기준 백혈병·림프암·췌장암 등 중증·고액진료비 상위 30위 내 건강보험 보장률은 82.1%, 비급여 항목은 17.9%다. 표면적으로는 보장률이 높아 보이지만, 실제 효과가 뛰어난 신약 등은 대부분 비급여 항목으로 구분돼 있어 중증질환의 경우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치료비가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환자 개인 맞춤형 백혈병 치료제인 ‘킴리아’다. 투약 비용이 약 5억원에 달해 처방도 못해본 경우가 대부분이다. 킴리아는 단 1회 투약으로 말기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는 10명 중 8명, 말기 림프종 환자는 10명 중 4명이 장기 생존할 수 있는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 이에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후 세계 3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고, 일본에서는 2019년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치료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3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건보적용을 위한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는 보류 판정을 받았다. 그 사이 약값을 감당 못해 치료를 받지 못한 일부 환자는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백혈병으로 숨진 환아의 가족인 이보연 씨는 “국가에서 준비가 안 돼 살던 집을 처분하고 약값을 마련해야 했다”며 “아이는 오랜 시간 약만 기다리다 하늘나라로 갔다”고 토로했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한달 약값만 수 백만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 처방을 받아야 하는 만큼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보건업계 종사자는 “건강보험 보장률이 높아졌다지만 여전히 신약 등에 대한 건보 적용에 대해선 소극적”이라며 “백혈병으로 진단받으면 첫 해에는 무조건 1억원 이상 들어가는데 건보가 적용되더라도 치료 효과가 높은 신약 등을 찾다 보면 본인 부담금이 수 천만원 이상인 경우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건보 적용 절차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매년 각 질환에 따른 신약은 나오고 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에서 건보 재정을 주요 사안으로 놓고 저울질하다 보니 시급한 환자는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경증과 중증 환자에 대해 차별화된 정책이 아닌 보편적인 보장에 집중하다 보니 생명과 직결된 일부 환자에 대한 지원 여력이 부족해 진 탓이다.

질병관리청의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진단이 어려워 유병 인구를 알 수 없는 희귀질환자는 5만2000여명에 달한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 중 상당수가 가계 부담이 체감될 정도의 의료비를 지출한다고 보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의료보험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지금처럼 질병 목록에 따라 보장률을 높인다면 건보도 재정적으로 감당을 못할 것”이라며 “차라리 경증 소액질환은 현 수준으로 유지하고, 중증질환을 완벽하게 보장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액 치료는 완전히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구조로 재편한다면, 희귀질환은 당연히 급여화가 될 수밖에 없다”며 “소액 및 경증 치료는 현 구조로 유지하고 고액·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먼저 지원해준다면 건강보험 재정에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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