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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위기’ 흉부외과…은퇴 전문의, 신입 전문의보다 많아진다

‘소멸위기’ 흉부외과…은퇴 전문의, 신입 전문의보다 많아진다

기사승인 2022. 06. 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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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4년 은퇴 전문의가 배출 전문의 수를 역전할 수도
흉부외과 전문의 51.7% 번아웃 호소…일평균 12.7시간 근무
흉부외과학회 "저수가 제도 문제 등 정부 차원 대책 마련" 촉구
은퇴
연도별 은퇴 전문의, 배출전문의 추이 예측 그래프/제공=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흉부외과가 수년간 기피과 신세로 전락하면서 소멸 위기에 놓였다. 폐·심장·혈관 등 인체 핵심 기관을 치료하는 흉부외과의 몰락은 국가 의료체계 붕괴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일고 있다.

22일 대한심장혈관흉부학회에 따르면 연도별 흉부외과 전문의 배출자는 매년 감소해 현재 1993년도의 35%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의들의 심각한 고령화로 오는 2024년부터는 은퇴자가 신규 전문의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또 10년 후에는 활동하는 전문의 1161명 중 436명이 은퇴해 1000명 미만의 전문의만 활동할 것으로 예측됐다.

학회는 이같은 흉부외과 전문의 수급 불균형은 흉부외과에 대한 기피현상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흉부외과는 일의 강도는 높지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높은 봉급이 보장되지 않는 과로 손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과대학 학생은 “응급환자가 많아 야간 당직이 일상화돼 있고 이미 인원이 적어 레지던트에 과도한 업무량이 몰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문의 취득 후 다른 과에 비해 돈이 되지 않으며, 주로 중환자 및 큰 수술을 맡기 때문에 개원을 하기도 어렵다는 현실에 이 과에 지원하려는 친구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학회는 저수가 정책, 필수 의료에 대한 대책 부족, 의료 정책 및 제도의 부재 등 구조적 문제를 근본 원인으로 지적했다. 대표적 고위험 수술인 상행 대동맥 박리 수술의 경우 미국은 6335만9385원인 반면 국내에서는 14%인 896만8140원 수준이다. 같은 치료에 대한 저수가 정책은 고위험, 저빈도 치료에 대한 인력 이탈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 학회 측 설명이다.

충분한 돈도, 일상도, 동료도 보장받지 못하는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결국 번아웃을 호소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지난 2019년 학회 조사에 따르면 흉부외과 전문의는 일평균 12.7시간(주당 63.5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근무 환경으로 흉부외과 전문의 51.7%가 번아웃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고 학회 측은 분석했다.

문제는 흉부외과가 맡는 질환과 수술이 국민 건강에 직결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 국내 사망 원인 1~2위는 흉부외과 질환인 암 및 순환기 질환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는 심장·폐 기능이 나빠진 중증환자 에크모 치료를 흉부외과에서 담당하면서 사망을 막았다.

특히 흉부외과 진료수요는 인구 고령화로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국가암정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흉부외과의 주요 진료분야인 폐암 발병률은 비교적 경증암인 갑상선암을 제외한 전체 1위에 올랐다. 심장 및 순환기 질환자도 크게 증가해 폐암 수술인 폐엽절제술은 지난 2011년 대비 74.7% 증가했고, 심장수술도 33.8% 늘었다.

학회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에서 심장수술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현재 소아 심장 수술 분야 전문의는 전국 25명 미만으로, 수술받기 위해서는 환자 및 보호자가 의사를 찾아 전국을 떠돌고 이에 대한 비용까지 환자가족이 지급해야 한다.

김경환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은 “외과의사 1명 키우려면 10년, 20년 노력이 필요하고 인력이 어느 순간에는 고갈된다는 건 자명하다”며 “다른 과랑 동일한 선상에서 봐선 안되고 합당한 대책 마련을 위해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학회는 정부에 △흉부외과 진료 수가 합리화·전공의 수련 지원 등을 위한 ‘흉부외과 특별법’ 제정 △흉부외과 위기에 대한 정부 주도 조사를 위해 ‘흉부외과 및 필수 의료과 대책위원회(가칭)’ 구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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