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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대법 “‘첨단기술’ 아니어도 실질적 ‘영업비밀’ 유출은 위법”

[오늘, 이 재판] 대법 “‘첨단기술’ 아니어도 실질적 ‘영업비밀’ 유출은 위법”

기사승인 2022. 06. 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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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소 퇴직한 대학교수, 풍력발전 기술 중국업체에 넘겨 기소
1심은 무죄 판단…"법상 첨단기술로 지정 안돼, 업무상 배임 아냐"
2심, 유죄로 뒤집어…"경제 가치 있는 영업비밀로 봐야"
대법원10
대법원 전경/ 박성일 기자
자신이 근무하던 국책연구소의 풍력발전 관련 기술을 중국 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대학교수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23일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A교수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에서 2009년부터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날개)의 개발과 인증시험을 수행하다 2017년 퇴직했다. A교수는 퇴직 때 블레이드 관련 기술을 USB(이동저장창치)에 저장·반출한 뒤 자신의 학교 연구실 PC에 복사·저장했다.

A교수는 이후 소속 대학의 산학협력단 이름으로 중국 현지 블레이드 회사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2017년 11월 중순께 자신의 PC에 저장된 블레이드 기술 파일을 수정한 뒤 중국 업체에 넘겼다.

검찰은 국책연구소에서 일했던 A교수가 산업기술의 비밀유지 의무가 있음에도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국책연구기관에 손해를 끼칠 목적으로 해당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1심은 A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보호받는 ‘첨단기술’의 범위는 고시로 규정하는데, 피고인이 넘긴 기술은 첨단기술로 지정돼 있지 않은 점 등이 주된 판단 근거가 됐다.

또 A교수가 퇴직 후에도 연구소의 자료열람 권한을 갖고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점, 유출로 인해 A교수가 직접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연구소에 손해를 줄 목적으로 유출을 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업무상 배임죄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반면 2심은 1심과 달리 A교수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유출 기술이 산업기술보호법상 지정된 첨단기술은 아니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상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또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단순히 ‘형식적’ 분류기준이 아닌 ‘실질적’ 요건(비공지성·경제성·비밀관리성)을 충족하는지 따져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유출 기술이 해당 연구소가 장기간 축적해온 정보인 점, 실제 용역대가로 5억여 원이 건네진 점 등을 유죄 판단 근거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출한 기술은 국책연구기관의 영업비밀 또는 중요 자산에 해당하고, 자신이 참여한 연구와 무관한 자료도 유출 자료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이 없다고 보고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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