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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헌트’ 이정재 “감독 보다 연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인터뷰] ‘헌트’ 이정재 “감독 보다 연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기사승인 2022. 08. 1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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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정우성/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감독으로 보는 배우 이정재의 만족도요? 그냥 연기만 잘 하고 싶어요. 연기가 개인적으로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배우 이정재가 영화 '헌트'로 감독 데뷔를 했다.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와 김정도(정우성)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헌트'는 드라마, 멜로,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섭렵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 반열에 올라선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이다.

이정재는 누구도 이 영화를 찍어주지 않아서 직접 감독을 맡게 됐다고 했다. 훌륭한 감독들이 다들 고사를 했단다. 제작 전에는 얼마나 만족할지 알 수 없지만 시도 해볼 만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까지 잡았다. 그 사이 '오징어 게임'을 포함해 7편의 작품을 하게 됐다.

"'내가 왜 여기에 이렇게 집착을 하고 이걸 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차례 포기도 했죠. 그래도 시나리오 완성고가 나왔고 제작사에서 '이 정도 썼으면 연출을 직접 해 봐도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서 연출까지 하게 됐어요. 용기를 한 번 더 냈어요."

이정재
정우성/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정재
정우성/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시나리오나 연출 작업에서 어려움은 많았다. 스파이 장르의 특색을 살려야 하는데 처음 쓰는 시나리오에서 치밀함을 살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자료 조사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자료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지 확인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이 정도 반전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스스로 검열을 많이 했다.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 만큼 캐릭터의 온도를 올리는 데도 신경을 썼다. 1980년대라는 시대 배경을 그대로 쓸지도 고민이었다. 사실 현대 버전의 시나리오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영화에 담고 싶었던 메시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1980년대 배경이 좋겠다고 결론을 냈다. 시나리오 작업만 약 4년 걸렸다. 프리 작업 5개월, 촬영도 5개월이 걸렸다. 합쳐서 5년반 정도의 기간이 걸렸다.

이번 작품에는 연예계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정우성이 함께 출연한다. 1973년생 동갑인 두 사람은 국내 연예계에서 '청담동 부부'로 불릴 만큼 끈끈한 우정을 자랑한다. 하지만 정우성은 그의 캐스팅 제안을 네 번이나 거절했다.

"사실 그 이야기를 공개한 건 저희가 사심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였죠. 정우성 배우 입장에서 거절할 이유가 충분히 있었어요. '태양은 없다' 이후 많은 영화인이 우리에게 '두 배우가 함께 나오는 영화를 빨리 보고 싶다'거나 '너희 둘 데리고 빨리 영화를 찍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나름대로는 우리 둘이 나오는 영화는 흥행이 잘되거나 작품성으로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죠. 그런데 정우성은 내가 연출을 하면서 연기까지 하고, 거기에 자기까지 출연을 한다고 하면 너무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생각한 거죠."

가까운 친구에게 거절을 당해 서운한 마음이 들지 않았냐고 묻자 이정재는 "그런 건 없었다. 그냥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 역시 그런 과정을 오래 경험해왔기 때문에 서운하지 않았다"며 "만약 3번만 거절했으면 '오징어 게임'과 일정이 겹쳐 영화를 못 찍을 뻔했다. 오히려 4번 거절해서 잘 찍었다"며 웃었다.

영화에는 김정도와 박평호가 초반부터 아주 날을 세우고 계단을 구르며 몸싸움을 하고 총격전을 벌인다. 유난히 거친 액션신이 많았다. "이제 몸도 무겁고 힘들어서 액션은 싫어요. 계단 액션 장면을 찍은 후 '아이고' 하는 소리들을 냈어요. 하지만 정우성과 제가 친한다는 걸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알기 때문에 대립각이 점점 커져야 관객들이 저희를 보면서 '청담 부부'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정재
정우성/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정재에게 2022년은 특별했다. '헌트'는 앞서 칸 국제영화제에 이어 내달 열리는 토론토영화제에도 초청 받았다. 특히 영화에 함께 출연한 정우성의 연출작인 '보호자'와 함께 초청을 기쁨을 누리게 됐다. 또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올 초 미국 배우조합상(SAG)과 크리틱스초이스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스타가 됐으며, 다음 달 열리는 에미상 후보로도 지명됐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죠. '오징어 게임'이 해외에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죠. 황동혁 감독은 미국에서 성공하고 싶어서 시나리오 단계부터 외국 사람들이 즐겨볼 수 있는 걸 담으려고 노력하셨어요. 연기자 입장에서는 다른 것 같아요. 한국말로 연기 한다는게 과연 얼마만큼 잘 전달이 될까라는 고민이 있었는데 장벽을 넘게 하는 건 연출이었다고 생각해요. 처음단계부터 재미있게 만든다고 한 것이 훌륭해요. '오징어 게임'은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도 많이 됐고 수상도 하게 됐어요. 한국 콘텐츠의 발전과 알림에 있어서 너무 중요한 시기에요. 저와 저의 동료가 함께 하고 있다는게 너무 영광스러워요."

그렇다면 감독으로 보는 배우 이정재의 만족도는 어떨까. 이정재는 "그냥 연기만 하고 싶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사실 배우가 연출을 한다는 게 스태프들에게도 부담이 되겠더라고요. 그냥 연출만 하는 사람이면 시원하게 '이건 이랬으면 좋겠다'고 하면 되는데, 저는 연기를 해야 하니까 스태프들이 연기자로서 저의 컨디션까지 고려하는 게 느껴졌어요. 연기자의 컨디션이 좋아야 좋은 연기가 나오고, 스태프와 연출가는 그런 좋은 연기를 잘 담아야 좋은 장면이 나온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어서죠. 그래서 현장에서 나름대로는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고, 모든 사람이 다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끝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어요. 연출을 해보니 연기가 진짜 어렵게 느껴졌고 연기를 더 잘할 수 있게 계속 매진하고 싶습니다."

이정재
정우성/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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