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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에피 코리아’ 3관왕 주역 서혜연 OB 부사장을 만나다

[인터뷰] ‘에피 코리아’ 3관왕 주역 서혜연 OB 부사장을 만나다

기사승인 2022. 08.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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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글로벌 마케팅 역량 발휘
'국내 브랜드 마케팅 리더' 서 부사장
서 부사장 "소비자 공감 끌어내야"
임원 방 대신 회의실 두고, 자율좌석 운영
성공적인 마케팅 바탕은 '수평적 사내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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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가 '2022 에피 어워드 코리아(2022 Effie Awards Korea·에피 어워드)'서 3관왕을 차지하면서 국내 최대 맥주 회사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에피 어워드는 전세계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광고 등을 선정하는 권위있는 시상식으로 꼽힌다. 현재 오비맥주의 국내 브랜드 마케팅은 서혜연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9일 아시아투데이가 만난 서 부사장은 "더 재미있고 가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항상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맥주 마케팅에서 소비자 공감을 이끌어내는 광고를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의 마케팅 철학은 '소비자 공감 형성'이다. 그는 광고에서 청량함 같은 제품 특성을 강조하기보다,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업계에서 오비맥주의 광고들은 시대상을 잘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비맥주가 지난해 8월 선보인 카스 광고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전하는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여름 휴가 이미지를 강조하는 대부분 여름철 맥주 광고 형식에서 탈피한 것이다.

다음은 서 부사장과 일문일답.

-마케터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에피어워드를 수상했다. 높은 점수를 받은 비결은?
대부분 맥주 기업이 제품 자체에 집중한 광고를 만드는 것과 달리,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들려고 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다. 예를 들면 우리는 카스를 친한 친구처럼 생각했다. 친한 친구는 우리에게 본인의 존재를 강조하지 않는다. 실제로 카스는 마트나 편의점, 식당에서 항상 우리를 기다린다. 또한 우리는 친구와 공감하고, 때로는 위로받지 않나. 카스가 소비자들에게 그런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오비맥주는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과 대화한다고 생각한다.

에피어워드에서 총 3개의 상을 받았다. 이중 오비 맥주의 이름으로 받은 '올해의 마케터 상(Most Effective Marketer)'은 금상, 은상, 동상 수상 및 파이널 리스트에 올라간 광고주들 중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한 상위 3개 기업에게 주는 상이라는 점에서 감회가 달랐다.

-'친구같은 카스'라니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소비자들이 맥주를 마시는 상황이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저는 이런 시장의 트렌드에 집중한 광고가 필요하다고 봤다. 맥주시장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소비자의 삶과 문화에 주목했다. 소비자가 제품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 경험을 소비하는 시대다.

그런 점에서 오비맥주 마케팅은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연결 접점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애플이나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일수록 소비자 경험을 더욱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오비맥주 역시 글로벌 기업이다. 본사 영향인가?
맞다. 오비맥주 모기업은 글로벌 맥주 1위 기업 AB인베브다. AB인베브에서 '배움의 스케일'을 배웠다. AB인베브는 칸 국제광고제 (Cannes Lion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수상 경력도 많고, 올해도 '2022 올해의 창의적 마케터(Creative Marketer of the Year 2022)'에 선정됐다. 정말 마케팅에 진심인 회사다.

오비맥주는 AB인베브가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사례를 공유받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마케팅 전문가들이 우리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조언하거나 함께 고민해준다. 올 뉴 카스 프로젝트 때에는 AB인베브 본사 직원들과 함께 다른 국가의 사례를 살펴보고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마케터로써, 너무 감사하고 즐거운 경험이다. 최근에는 오비맥주 사례를 다른 국가에서 성공 사례로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 마케터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을 키우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시장 특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장별 흐름을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갈수록 소비자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므로, 시장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과정에서 발굴한 좋은 사례는 빠르게 한국시장에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회사내에서는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 유년시절을 해외에서 보내면서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다. 저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뉴질랜드에서 나왔는데, 주도적으로 나의 생각을 언어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미술대학을 지원하기도 했다.

지금도 아티스트로, 꿈꾸는 마케터로 살아가고 있다. 대학교 졸업 후 한국에서 관련 공부를 더 할때도 이런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실제로 첫 사회생활을 광고회사 에이치에스애드(HSAd)에서 PD로 시작했다. 이후 LG전자, 펩시코(Pepsico)를 거쳐 2016년 오비맥주에 합류했다.

-오비맥주 마케팅의 특성과 최근 1년간 진행한 마케팅 전략 중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소통과 협업을 굉장히 강조한다. 우선 사장부터 전무, 상무까지 모두 임원 방이 없다. 임원 방보다 회의실을 더 만드는 게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좌석 역시 모두 자율이다. 내가 협력해야 하는 사람 옆에 앉으면 된다. 마케팅은 수평적인 구조와 문화에서 비롯된다.

저는 현재 카스와 한맥, 오비, 필굿 등 오비맥주가 보유한 모든 국내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 구체적으로 브랜드 전략 구상부터 소비자 접점 마케팅 기획, 캠페인 집행을 총괄한다. 이런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케팅을 맡은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이뤄내는 결과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는 카스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낼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카스의 시장 점유율은 가히 압도적이다. 물론, 우리는 점유율보다 그 너머를 주목한다. 그런 점에서 가장 큰 성과는 '맥주시장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것이다. 사실 카스같은 대형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시장이 위축됐던 상황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파워가 다시 성장했다. 내부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카스'에 대한 인식이 '맥주 대명사'에서 '혁신적'인 브랜드로 변화한다고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얼마 전 강원도 춘천에서 카스병들이 트럭에서 쏟아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날 사고 장소를 목격한 시민들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깨진 병을 치웠는데, 소식을 듣자마자 '이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분들을 찾는 영상을 만든 이유다.

이 사실을 여러 매체해서 보도해준 덕분에 많은 제보를 받았고,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또한 이 사건을 계기로 내부 운송 프로세스를 재점검했는데, 브랜드 가치는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만든다는 것을 재확인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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