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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학 칼럼] 타이완은 시진핑의 야망으로부터 생존할 수 있을까?

[강성학 칼럼] 타이완은 시진핑의 야망으로부터 생존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23. 02. 0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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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인터뷰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16세기 포르투갈의 선원들이 '아름다운 섬(Ilha Formosa)'이라고 명명했던 타이완은 1640년대(청나라의 초기) 중국대륙의 망명자들을 위한 피난처였다. 당시 타이완 섬은 많은 인구를 지탱하고 해군력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300년 후 1940년대 중국에서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밀린 장제스와 그의 국민당 정권의 마지막 지지자들이 피난해 와서 그곳에서 일종의 망명정부처럼 타이완을 중화민국(the Republic of China)의 국호 아래 통치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동맹국이었던 미국의 보호와 지원하에 한동안 유엔(UN)에서 형식적으로나마 모든 중국인들을 대표하는 주권국가로 행세했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와 유엔은 그런 비현실적인 상황을 영원히 유지해 갈 수 없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과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a)이 오랜 전통적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양국이 화해의 단계로 접어들면서 거대한 국제적 조건의 변화가 초래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1971년 2월 25일 유엔총회는 결의안 2758호의 채택을 통해 타이완 대신에 중화인민공화국에 중국의 대표권을 부여하고 이 결의에 따라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외교관계를 정리하게 되자 중화민국, 즉 타이완 정부는 유엔에서 추방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말았다. 중국의 대표권을 인수한 중화인민공화국이 일종의 할슈타인 원칙(Hallstein Doctrine)을 대외정책에 적용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당시 타이완은 세계 200여 국가들 중에서 오직 22개국과만 정식외교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국가들과 유엔체제(the UN System)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했다. 그 후 타이완은 중화민국을 인정하지 않는 70여 개국에 무역, 투자, 문화 및 비정치적 분야에 치중하는 '공식적으로 비공식적인(officially unofficial)', 타이완 정부의 대표부나 영사관을 두고 그것이 사실상 대사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들 사이에서 정치적 문제는 다루지 못하고 있다.

국제기구의 세계에선 2002년 1월 1일부터 '별개의 관세영토'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타이완은 펭구(Penghu), 킨멘(Kinmen)과 마츠(Matsu)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아태경제협력기구(APEC)엔 1991년 11월 이래 중국 및 홍콩과 함께 '중화 타이페이(Chinese Taipei)'라는 이름으로 회원경제가 되었다. 그리고 2013년 9월에 타이완은 '중화 타이페이'라는 이름의 특별손님으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제38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총회에 처음으로 초청되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압력으로 인해 중국이 참여하는 올림픽 같은 국제행사에도 타이완은 '중화 타이페이'라는 이름과 별도로 도안한 국기를 들고 참석하는 처지에 있다.

이러한 타이완의 안타까운 국제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타이완의 국가안보는 최근까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1972년 세기적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타이완을 중국의 일부로 인정했지만 양국 간 정상화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1978년 미국의 카터 행정부가 중국과 결국 외교정상화를 이루자 바로 다음 해인 1979년 미 의회가 타이완 관계법(The Taiwan Relation Act)을 통과시켰고 이 법을 통해 미국은 중국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타이완 정부에 첨단무기 판매와 군사훈련을 계속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은 바다 건너 타이완을 어찌할 수 없었다. 중국은 대륙국가의 전략적 전통으로 인해 바다를 통해 타이완을 성공적으로 침공할 만한 해군력을 결코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어 중국이 크게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해군력 증강을 중국국방의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해군력을 강화하면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기존 해양질서의 현상타파를 노골적으로 공표하고 나섰다. 그러나 중국의 새 군사력 증강으로 무엇보다도 타이완의 국가 안전에 가장 직접적인 위협이 현실화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해군력 증강이라는 전략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중국의 최고 통치권자인 시진핑 중국공산당 주석이 중국의 마지막 통일 야심을 실현하고자 공개적이고 노골적인 타이완 침공과 정복의 의사를 반복해서 밝힘으로써 타이완은 중화민국 건국 이래 최대의 직접적인 국가안보의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마치 기원전 아테네인들이 작은 섬나라의 밀로스인(Melians)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시진핑은 타이완인들에게 이렇게 협박하고 있는 것 같다. "당신들은 굴복함으로써 재앙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원할 것이며 우리는 당신들을 파괴하지 않음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타이완은 고대 그리스 시대의 밀로스(Melos),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대한제국과 같은 멸망의 운명을 마주하지 않을 것이다. 밀로스와 대한제국의 지도자들은 약소국이면서도 어리석게도 동맹국이 없었다. 자신의 힘이 부족한 약소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믿을 만한 강대국과의 동맹이 외교정책의 필수과목이다. 다행스럽게도 타이완은 지상 최고의 강대국인 미국으로부터 비록 동맹국은 아니지만 사실상 동맹국에 버금가는 보호와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의 보호 및 지원이 과시적이고 또 실질적으로 제공되는 한 중국은 타이완을 전면적으로 침략해서 정복할 수 없을 것이다.

타이완을 미국인들이 계속해서 보호하고 지원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대전략에서 타이완은 중국은 물론 넓게는 유라시아 대륙에 대해 지정학적으로 중요하고 편리한 일종의 교두보 같은 곳이며, 동시에 군사적으로는 과거 더글라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장군이 표현했던 것처럼 중국대륙의 막강한 군사력에 대처하는 일종의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Unsinkable Aircraft Carrier)'에 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중국의 해군이 더욱 급속도로 증강된다고 할지라도 한동안, 아니, 오랫동안 중국의 해군이 미해군과 실제로 전면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중국인들이 공상과학에 빠져 있다는 것을 입증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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