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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미·중 관계의 악화와 그 파장

[이효성 칼럼] 미·중 관계의 악화와 그 파장

기사승인 2023. 02. 1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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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2차 대전 직후부터 구소련이 망할 때까지 진행된 구냉전은 미국을 위시한 자유진영과 소련을 위시한 공산진영으로 확연히 나뉘어 일종의 체제 경쟁으로 진행되었다. 냉전에서 자유진영과 공산진영 간에는 서로 경제적으로 얽히지도 않았고 교류도 거의 없었다. 국가 간의 협력과 무역은 각각의 진영 내에서만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소련이 공산주의 체제의 한계로 1991년 붕괴되고 냉전이 끝나면서 러시아를 포함하여 구소련권의 국가들도 포괄하는 세계화가 진행되었다. 그래서 약 30여 년 동안 세계는 하나의 공급망 체계 속에서 번영을 누려왔다.

그러나 미국의 세계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드러나는 러시아의 팽창주의, 이에 대한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견제와 그에 따른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 등에 의해 새로운 냉전이 시작되고 있다. 이 신냉전에서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한 진영을 이루고 있고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등 독재 국가들이 반대 진영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신냉전에서는 구냉전 이후 진행된 전지구적 차원의 세계화로 인하여 구냉전에서와는 달리 양 진영의 국가들이 경제적으로는 서로 얽혀 있다.

특히, 공산주의 국가이면서도 인구와 영토가 큰 덕에 소련의 힘에 좌우되지 않던 중국은 독자적으로 1979년 미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탈냉전 이전부터 개혁·개방 정책으로 자유 진영과 경제협력과 무역을 해왔다. 그 때문에 중국은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게 되었고 서방세계와 경제적으로 더 깊이 얽히게 되었다. 게다가 중국은 경제발전에 따라 공산주의 체제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진화할 것이라는 서방의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전체주의 체제를 더 강화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아 자멸의 위험에 처한 러시아의 보호자격이 되어 오히려 반대 진영의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그래서 서방세계는 그런 중국을 더욱더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이에 미국은 군사 안보적으로 영국, 호주와 함께 AUKUS 동맹,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QUAD를 형성한 외에도, 경제적으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한국 대만 일본과 함께 반도체 동맹을 맺었다. 최근에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그리고 EU는 '필수원자재법(CRMA)'으로 중국의 광물 자원의 과점을 깨고 첨단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하려 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EU는 경제적으로 중국과 단절하지 못하고 있다. 단절은커녕 오히려 경제적 관계는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은 작년 중국과의 무역량이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EU의 지도국 독일과 프랑스는 국가 지도자가 경제인들을 대거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여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그 만큼 서방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미국과 EU는 중국과의 단절(de-couple)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안보를 해칠 수 있는 첨단 산업 등의 분야에서 위험 제거(de-risk)로 한정하려 한다.

그래서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중국과 단절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유럽에 이롭지도 않다"며 "우리는 중국과 단절이 아니라 위험 제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 안보 보좌관 제이크 설리번도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단절보다는 위험 제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조하며 "우리가 몇몇 영역에서는 중국과 경쟁하지만, 우리는 대결이나 갈등을 바라지 않는다"며 기후 변화, 거시경제적 안정, 건강 안보 및 식량 안보 등에는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유럽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중국이 이웃인 우리가 나서서 중국과 경제적 단절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안보와 첨단 산업에서는 보조를 취해야 하지만 일반적인 경제 관계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한국은 더 이상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도 아니고, 미국이 기침하면 고뿔드는 변방도 아니다. 한국은 이미 당당한 고래로, 서방의 중심국의 하나로, 자랐다. 우리의 이익에 따라 당당하게 처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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