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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1년의 소감

[이효성 칼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1년의 소감

기사승인 2023. 02. 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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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군사 강국 러시아는 국경을 접한 군사 약소국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못마땅해 1년 전(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했다. 러시아는 전쟁은 수일이면 족하다고 호언했고, 외부 평자들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1~2주 안에 무너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여 결사항전의 자세와 서방의 지원으로 전세를 조금씩 역전시키면서 지금까지 잘 버텨오고 있다. 러시아는 전력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명분 부족, 그로 인한 병사들의 사기 저하, 군부의 부패와 무능 등으로 졸전을 거듭하며 전쟁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약소국이라도 사생결단하면 강대국의 침략에 맞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러시아는 공멸을 불러올 핵무기를 쓰지 않는 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서지도 않을 태세다. 이 전쟁으로 이미 러시아 군에서 약 18만명, 그리고 우크라이나 군에서 2만명 가까운 사상자가 났다. 이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그 재산, 사회 기반 시설에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푸틴은 이런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는커녕 자신의 목숨과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희생과 파괴를 감수하려 한다. 그래서 이제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푸틴이 곱게 물러나도록 그의 체면을 살려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했다.

푸틴은 아직도 러시아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위대한' 군사 강국 러시아의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는 소련 붕괴 후 수립된 민주체제를 부패한 독재체제로 변질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것인 양 침략 전쟁을 일으켜 많은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 젊은이들은 징집을 피해 대거 러시아를 탈출했다. 푸틴과 같은 독재자를 용인함으로써 러시아는 영광이 아니라 서방의 제재와 젊은이의 반발로 오히려 고립과 몰락을 향해 가고 있다. 러시아 국민은 '러시아의 영광'에 속아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한동안 서방과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값싼 제품들을 공급하자 서방세계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이들에 대한 경계를 풀고 평화 무드에 빠져 그들과 경제 협력에 주력했다. 그 틈을 이용해 러시아는 다시 권위주의 체제로 회귀했고, 중국은 공산당 독재 체제를 강화했다. 러시아는 구소련의 부활을 꿈꾸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아직 서방의 적임을 드러냈다. 중국은 안으로는 감시체제를 심화하고 밖으로는 동아시아·태평양 패권 야욕을 노골화했다. 이제야 서방은 러시아와 중국의 본색을 직시하고 미몽에서 깨어나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고, 중국을 세계 공급망에서 배제해 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본래 정글의 법칙 또는 강자의 논리가 지배한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 강대국들은 일반 사회의 조폭처럼 행동한다. 그런 대표적인 행동이 약소국을 윽박지르고 그 위협에 따르지 않으면 그것을 구실로 침략하여 힘으로 굴복시키는 처사다. 그런 일을 막거나 중재하기 위해 UN이 존재하고 헌장까지 마련하고 있지만 강대국들은 그에 크게 구애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만 UN 헌장이나 국제관례를 들먹일 뿐이다. 강대국의 조폭 같은 행위의 최근 예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다.

그 조폭 행위가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서방의 제재로 철퇴를 맞고 있다. 그 결과 며칠 가지 않을 것이라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느덧 일 년을 넘겼다. 이 전쟁은 전 국민이 죽기로 싸우면 약소국이 강대국의 침략을 극복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이제 강대국도 약소국을 함부로 침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인명과 재산의 막대한 피해를 생각하면, 전쟁은 발발 후 잘 싸우는 것보다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그러려면 강한 국방력을 갖되 외교적으로 유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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