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쭈다오의 대만 군 병사들이 해안가에 써놓은 글. 부대 식당에 고기가 없다는 내용이다./대만 롄허바오(聯合報).
중국을 마주보는 최전방 마쭈다오(馬祖島)를 방어하기 위해 주둔 중인 대만 병사들에게 지급될 부식인 대량의 고기 통조림이 고위 장교들에 의해 빼돌려진 황당한 사건이 최근 뒤늦게 확인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쳇말로 당나라 군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발생했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들의 20일 전언에 따르면 마쭈다오는 대만 입장에서는 정말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중국 코앞에 바짝 붙어 있는 진먼다오(金門島)보다 더 중요하다. 절대로 중국에게 쉽게 점령당하면 안 된다. 진짜 그렇게 되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대만 군 당국이 유독 이곳을 철옹성처럼 요새화하고 엘리트 병사들을 주둔시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당연히 병사들을 잘 먹여야 한다. 대만 군 당국 역시 아낌 없이 지원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 3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일부 병사들이 해안가에 "부대 식당에 고기가 없다. 배가 고프다"라는 글을 써놓으면서 불만을 잔뜩 표출한 것이다.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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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통조림을 빼돌리는 황당한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대만 마쭈다오 경비대 장교들./롄허바오.
이 사실은 곧 대만 군 수뇌부에도 전달됐다. 분노하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즉각 조사가 개시됐다. 마쭈다오 경비대 참모주임인 린유보(林友柏) 중교(중령)을 비롯한 다수의 장교들이 무려 64상자나 되는 통조림을 빼돌려 대만 본토에서 흥청망청 소비했다는 사실은 바로 밝혀졌다.
말할 것도 없이 린 중교를 비롯한 장교들 전원이 구속됐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죄가 인정될 경우 이들은 강력한 처벌을 받는 것 외에도 불명예 제대를 해야 하는 횡액을 당할 수 있다. 중국과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거의 확정적이라고 해도 괜찮다.
64상자의 고기 통조림은 시가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는다. 고위 장교들이 탐낼 만한 물건도 아니다. 그럼에도 린 중교 등은 황당한 일을 저지르고 재판을 받고 있다. 당나라 군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지금 진짜 대만 군에서 벌어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중국이 속으로 웃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