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총재<YONHAP NO-1779> | 0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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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과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암시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한미 금리격차가 역대 최대인 2%포인트(p)인데,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하면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될 수밖에 없어서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자니 불어나는 가계부채 등이 발목을 잡는다. 한국은행은 다음달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국내외 금융시장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19∼20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한국(3.50%)과의 격차는 2.00%p를 유지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다수의 FOMC 위원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것보다 한 차례 더 인상하는 편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금리 동결은 위원회가 원하는 정책 스탠스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적절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확신을 얻기 위해 추가 데이터를 기다리자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금리경로가 상승한 것과 관련해 위원들은 경제활동 호조로 인해 금리를 더 높게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라며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암시했다.
문제는 연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미 금리 격차는 2.25%p까지 벌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다음달 12일 예정된 한은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금리 인상과 인하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커지는 점은 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고 있고, 불어나는 가계부채, 불안한 물가 등은 금리 인하를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동결을 한 상황에서 한은이 먼저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해도 금리를 올릴 상황은 아니다. 아무리 세게 결정하더라도 동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FOMC 정례회의 결과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유 부총재는 "이번 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가 동결됐지만, 올해 중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내년 말 정책금리 전망치도 상향 조정하는 등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며 "향후 미국 등 주요국의 물가 및 경기상황, 국제 원자재가격 움직임, 그리고 이에 따른 통화정책 긴축기조 장기화 가능성 등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