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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판단 기준 40년 만에 완화…대법 “‘유형력 행사’만으로 충분”

강제추행 판단 기준 40년 만에 완화…대법 “‘유형력 행사’만으로 충분”

기사승인 2023. 09. 2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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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항거 곤란' 요구하는 강제추행죄 종래 판례 법리 폐기
'불법한 유형력 행사·공포감 유발'만으로 강제추행 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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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퇴임하는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했다./대법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항거가 곤란한 정도'로 규정했던 강제추행죄의 판단 기준을 40여년 만에 완화하면서 처벌 범위가 확대됐다.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보냈다.

A씨는 "만져달라", "안아봐도 되냐"며 자신의 사촌 동생(女·15)을 끌어안아 침대에 쓰러뜨리고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선 1심 재판부는 A씨의 강제추행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이 선고됐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말과 물리적인 힘의 행사 정도가 피해자의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고 볼 수 없어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위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으면 인정되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위계 등 추행 혐의만 적용해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폭행 또는 협박'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한 종래의 판례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심리한 끝에 "(기존의 판례는)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인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폐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봤을 때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며 강제추행죄의 판단 기준을 새로 정의했다.

이어 대법원은 "A씨의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해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것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파기·이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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