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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웬만하면 신공항 ‘특별법’ 제정은 자제해야

[칼럼] 웬만하면 신공항 ‘특별법’ 제정은 자제해야

기사승인 2020. 12. 0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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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웬만하면 특별법 제정은 삼가는 게 좋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와 징계위 회부에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는데 갑자기 무슨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 추진을 두고 하는 소리다. 이런 특별법의 제정은 특정 대상에만 그 법의 적용을 받게 한다는 점에서 ‘차별적’이기 때문에 법 적용의 ‘보편성’이 중요한 원리의 하나인 ‘법의 지배’ 정신에 어긋난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지난달 17일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부산 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 지난 9월 국무조정실이 법제처에 문의한 두 사안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두고 “김해신공항 폐기의 근거가 있는지” 논란 중이지만, 여당이 추진하는 ‘특별법’의 핵심 내용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검증을 배제하는 데 있다.

그러나 다른 대규모 예산사업에는 적용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는 면제한다는 바로 그 점으로 인해 이 특별법은 ‘차별적’인 ‘나쁜’ 입법의 선례가 된다. ‘예비타당성’ 검증은 말하자면 ‘좋은’ 제도다. 그래서 정말 그 사업이 국가적으로 필요하다면 이 검증을 무난히 통과할 것인데 왜 특별법까지 제정해서 이런 절차를 건너뛰려고 하는가.

예비타당성 조사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 대해 이 사업의 주관부처가 아닌 기획재정부에서 그 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 중립적 기준에 따라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다. 이런 예비타당성 검증이 정부 부처가 시도하는 모든 대규모 사업들의 부실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부실 가능성’이 높은 사업들은 걸러낸다.

어떤 국가를 막론하고 각 행정 부처는 더 많은 ‘규제’ 업무를 맡고 더 많은 예산을 따내려고 ‘각종 사업들을 만들어내는’ 경쟁을 한다. 그러나 이런 ‘예비타당성’ 검증 과정이 존재하면 각 부처는 국가의 재원은 많이 쓰면서 국민들에게 별 쓸모가 없는 사업들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지고 예비타당성 검증 과정을 통과할만한 사업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런 예비타당성 검증이 잘 활용되면, 일본처럼 일반 국민이 아니라 다람쥐들이 사용하는 ‘다람쥐 도로’가 국민의 세금으로 마구 건설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여당은 과거 야당 시절 국가가 도로나 항만 공항 등 토건사업을 너무 많이 한다고 비판하고 이를 복지재정 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무엇이 변했기에 가덕도 신공항과 같은 토목사업을 ‘특별법’까지 만들어 추진하겠다는 것인가.

더구나 내년 4월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그 중 한 곳인 부산에 ‘예비타당성 검증’을 건너뛰는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야당의 부산 지역 의원들까지 여당의 특별법 제정에 급하게 합류하는 것을 보면, 정작 필요한 것은 선거를 앞두고서는 이런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특별법 제정을 제한하는 입법이다.

’보편성‘의 요구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과거 호주에서 농작물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을 없애자는 제안이 나오자 농민들은 제조업 분야에서도 보조금을 없애라고 반응했고, 그 결과 정부 보조금으로 인한 산업의 왜곡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보편성‘의 요구는 슬픈 결말로 갈 수 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왜 그곳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느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광주, 대구 등에서 신공항이 추진될 때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요구하기 어려워져 극심한 재정낭비가 귀결될 것이다. 선거에서 각 정당이 지역 민원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 수 있겠지만 아예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뛰는 특별법 제정만큼은 자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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