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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 대북특사단 역할과 북한의 ‘통 큰 노력’ 절실하다

[전인범 칼럼] 대북특사단 역할과 북한의 ‘통 큰 노력’ 절실하다

기사승인 2018. 03. 0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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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대북특별사절단' 5일 오후 긴급 방북
북한, '미국의 인권거론·대화파 입지 축소·화학무기 보도' 심각성 인식을
미국 설득할 시간 많이 남아 있지 않아...북한, 지금 상황 잘 이해해야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평창 겨울패럴림픽이 아직 남아 있지만 날씨와 지역적 여건 등 여러 가지 우려와 염려에도 평창 겨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평창 올림픽의 감동과 잔상은 이제 스포츠를 통한 국제정치로 그 막이 바뀌고 있다.

국제정치는 스포츠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역학관계가 다르고 각국의 이해관계와 추구하는 목표나 목적에서 동상이몽(同床異夢)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대북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방북했다. 이를 지켜보는 한국과 미국의 시각은 많이 다를 수 있다. 한마디로 기대와 바람, 우려와 안도가 뒤섞여 있다.

그런 가운데 동맹이자 우방인 미국의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전략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당사국 중의 하나인 한국의 입장과 역할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하게 됐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뛰고 있는 미국과의 공조와 협력을 등한시 해서도 안 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저버려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북한의 입장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공히 대화를 원하고 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대화의 전제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른바 ‘핵 무력을 완성’ 했다고 자처하는 북한은 핵을 인정해 달라며 때로는 조르고 때로는 시위하면서 대화를 하더라도 비핵화는 거론조차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의 비핵화)가 대화의 전제 조건인 상황이다.

이러한 북·미 간의 입장차는 좁혀지기가 쉽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거쳐 온 지난 20여 년 간의 과정과 결과가 이를 잘 말해 준다. 결과적으로 동상이몽을 가장 적나라게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북·미 간의 중간에 한국이 있다. 그러기에 한국의 스탠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치열하고 냉엄한 국제정치 속에서는 중간자가 안 보일 수도 있다. 그것은 양자 간의 상황이 그만큼 다급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중간자의 역할과 위치가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대북 특사단의 방북을 지켜 보는 나라 안팎의 시선은 더욱 예리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중간자로서 양극단을 밀고 당기면서 양자 간의 ‘좁혀지지 않는 간격’을 조금이라도 좁힐 수 있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압박과 제재가 점점 세지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우리가 3각 외교의 고리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될 때 한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간자가 아닌 확실한 중개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을 한·미 연합 연습의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염두에 둔 평화협정이라면 대화로 이어지기가 어려워 보인다. 심지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것조차도 지금 시점에서는 미국을 설득하기에는 어려운 여건이다.

미국 쪽의 얘기를 들어보면 북한이 선의를 갖고 비핵화를 포함한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선다면 미국은 대화의 장에 나오겠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 정부의 강경한 대북제재 입장을 한국이 바꾸기에는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따라서 북한이 지금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들고 나오고 있는 점, 미국 내 대화파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점, 그리고 북한의 화학무기가 중동에 수출돼 인명살상에 사용됐다는 보도 등은 우연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결코 아니다.

중국도 국경 문제가 아닌 국가 안위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북한을 위해 자신들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 연습을 재개하면 응분의 대응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북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확대될 위험이 크다.

문제는 과연 북한이 이러한 심각성을 알고 있는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제대로 보고되고 있는지 여부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것이 북한의 단순 위장평화 공세였는지 아니면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이었는지를 아직은 가늠할 수 없다.

북한은 한국의 현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는 것 외에 한국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민주주의체제 정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과 달리 한국은 국민 여론과 민심을 존중하는 정치체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설득할 시간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을 막을 수 있는 나라는 북한 뿐이다. 북한은 대화와 협상을 구분해 일단 대화에 나와야 한다.

그래서 평창올림픽이 만들어준 모처럼의 기회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통 큰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은 곧 한국 정부가 지난해 밝힌 북핵 문제의 3단계 해법인 ‘핵동결-핵폐기 추진-핵완전 폐기’ 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런 가운데 어느 정도의 긴장 완화의 모습과 결과를 나타낸 다음에 추후 지속적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금씩 북한의 입장을 전개하는 수순으로 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 단계는 우선 지속적인 대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단계이지 섣부른 협상을 위한 단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북한이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 이러한 중개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하는 한국의 위치와 의지를 미국에 잘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대북 특사단의 1차적인 역할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성과와 효과를 가져 온다면 평창올림픽에서 온 국민이 “영미”로 하나가 되게 했던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이 보여준 감동의 연장선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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