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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 북한 ‘핵딜’ 지금이 최적, 김정은 신년사 기대해 본다

[전인범 칼럼] 북한 ‘핵딜’ 지금이 최적, 김정은 신년사 기대해 본다

기사승인 2018. 12. 2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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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문재인정부 한반도 비핵화·평화정착 노력 돋보여
북한, 핵무기 어떻게 할지 이젠 정리하고 선택할 때
북한, '핵리스트 제공' 비핵화하면서 '체제안정·경제회복 달성' 최선 전략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굶어보지 않은 사람이 배고픈 사람의 심정을 알 수가 없다.’ 젊은 시절에 자주 들었던 금언이다. 함부로 다른 사람을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생 육십을 살고 보니 이 말에 담긴 의미와 느낌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알기 어렵고,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의 뜻을 알기 어렵다’는 말 또한 마찬가지다. 이는 비단 개인적인 인간관계에서만 일어나는 통설은 아닌 것 같다. 범위를 조금만 확장해 보면 국내 정파 간의 관계에서는 물론 국제관계에서도 서로 이해득실이 얽힌 세력들 사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은 지난해 풍계리 핵 실험장의 폐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의 해체, 그리고 영변 핵시설의 조건부 사찰 등의 조치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선의를 표시했다. 그 시설들의 실제 사용가능한 수명이나 용도 폐기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북한은 이러한 선제적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선의가 있어야 한다고 조르기도 하고 협박 아닌 협박도 했다. 이에 미국은 해마다 정례적으로 해 오던 한·미 연합훈련을 비롯한 크고 작은 군사훈련들을 유예했고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통해 응답해 줬다. 지난해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한 미국의 지지와 12월초 남북 철도연결 사업을 위한 공동조사에 대한 유엔제재의 예외 조치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문재인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실천 의지를 믿어주고 또한 나아가서 이를 다른 나라들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한편으로는 ‘북한 대변인’이냐는 비난까지 감수해 가면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을 보여줬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간 지속돼 온 북한의 집요한 핵무장 과정과 이에 대한 국제기구와 협의체들의 중재에 대한 수차례의 합의 파기 또는 미이행으로 인한 ‘잃어버린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전후(前後) 사정을 감안하고서도 오로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단일 화두에 집중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노력이 돋보였던 지난해였다. 따라서 이러한 노력과 성의를 북한이 몰라준다면 이처럼 서운한 일은 없을 것이다.

◇2018년, 문재인정부 한반도 비핵화·평화정착 노력 돋보였다

지난 한 해 동안 남북 간 또는 북·미 간의 역동적인 만남과 그 이후의 진척 사항들을 반추해 볼 때 지금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형식을 띤 서울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간 2차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나 약발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 된 것 같다. 자칫하다가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성과 없었던 지나간 역사의 반복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게 세상의 인심이고 국제정세의 흐름이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 실천의 문제에 대한 답은 이제 북한의 전략적인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북한이 핵무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을 잘 정리해야 할 때가 됐다.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 원칙으로 정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진정성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미국 입장에서도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여전하다. 즉 전쟁까지는 할 생각은 없지만 경제제재는 물론 북한과 거래하는 나라, 기업 그리고 개인은 예외 없이 무자비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러한 애매한 상황에서 북한이 아직도 옛날의 ‘벼랑 끝 전술’을 버리지 못하고 저울질하거나 혹여 잘못 벼랑 끝 전술을 썼다가 대안이 없는 순간에 이르게 되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는 미국의 군사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협상의 파국을 면하기 위해서는 매우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은 스스로를 위해서는 물론 한반도와 국제평화를 위해서도 옛날 방식으로의 회귀는 지양해야 한다. 그들도 그 정도는 이제 알 만한 때가 됐다고 본다.

◇북한, 핵무기 어떻게 할지 이젠 정리하고 선택할 때 됐다

북한은 핵무기가 공격용이 아니라 일종의 방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핵무기 관련 리스트를 제공해 봤자 어차피 믿기도 어려울 텐데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비핵화 과정을 인정하지 않거나 미국의 사고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도 북한이 제공하는 핵 리스트가 완전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리스트를 통해 북한의 진정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고자 한다. 미국은 북한이 핵 리스트를 제공하지 않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 없다고 본다.

지금 미 트럼프 행정부는 점점 국내정치에 매몰되고 있다. 문재인정부도 중반을 지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이나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이다. 리더십으로 국민의 관심과 화두를 이끌어 낼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화두일지라도 국민의 여론이나 민심을 저버리면서까지 꿋꿋이 외길을 갈 수는 없다. 민심은 영원하지 않고 국내외 정세는 상황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미로에 빠지기도 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이나 한국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문제를 푸는 방식에 있어서는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북한도 인식해야 한다. 핵으로 딜(Deal)을 할 수 있는 조건은 지금이 최적일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핵 리스트를 제공하고 비핵화 과정을 밟으면서 체제안정과 경제회복을 달성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전략목표다.

모든 협상에는 일정한 시기와 목표가 있다. 무기한의 협상과 서로 딜 할 수 없는 목표만을 고집할 때 협상은 물 건너 간다. 국민의 민심과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정치권력의 속성상 이러한 협상의 기회는 무한정 갈 수는 없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새해에 거는 희망과 기대가 크다. 변화와 희망을 갈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차적으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에 무엇이 담길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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