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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한령(限韓令)과 한류의 국제화

[이효성 칼럼] 한한령(限韓令)과 한류의 국제화

기사승인 2020. 12. 0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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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 자문위원장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2016년 한국 내에 사드(THAAD)라고 불리는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배치라는 안보 문제에 대해 중국 당국은 중국인의 한국 단체 여행 금지, 화장품 등 한국산 상품의 통관 불허, 중국 내 롯데 계열사에 대한 탄압, 현대기아차의 불매 등 경제적인 규제 조치로 보복했다. 이 경제 보복은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상연, 드라마나 영화의 한중 공동 제작, 한국 문화예술인의 공연 등의 금지와 취소라는 이른바 ‘한류(韓流)’로 표현되는 한국 문화 산업도 포함한 채로 아직까지 풀리지 않고 있다.

그때까지는 중국에서 한류의 수익이 상당했기에 한류를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이 시행되자 이제 한류는 끝났다는 우려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한한령을 계기로 중국에서 눈을 돌린 한류는 일본과 동남아와 다른 지역에로 더 적극적으로 진출한 나머지 세계적 확산을 이루었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인 멤버가 없는 방탄소년단과 블랙 핑크의 빌보드 차트 장악, 그리고 넷플릭스(Netflix)와 협력한 우리 드라마와 영화의 세계적인 성공을 들 수 있다. 한한령이 오히려 한류의 세계화라는 전화위복으로 작용한 면이 있다.

중국이 큰 시장이긴 하나 중국 시장을 겨냥한 한류는 그에 안주한 나머지 세계 시장을 소홀히 한 면도 있었다. 게다가 중국인들의 취향과 수준에 맞추어지고 그들의 간섭을 수용해야 했던 한류는 그 질도 떨어지게 되었다. 더구나 중국에서 문화 산업은 국가에 의해서 철저히 통제되는 것이어서 한류가 중국 시장에 의존하면 할수록 규제로 언제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한류가 중국 시장을 가급적 벗어나야 하는 이유다. 그 이유는 이 밖에도 더 있다.

우선 중국 시장이나 자본에 대한 중국의 무리한 요구다. 기술 제품의 경우에는 기술의 이양을 요구하듯, 문화 상품의 경우에는 제작에의 간섭과 내용의 검열을 요구한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따라붙는 이 요구는 국제적 규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작품을 선전물로 변질시키고 그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중국 자본이 투입된 우리 매니지먼트사들이 뜨지 못하고, 중국 투자를 받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의 실사 영화가 흥행에 참패한 원인이기도 하다.

중국은 저작권과 남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다. 우리의 인기 드라마, 예능 등의 방송 프로그램의 표절을 당연시하는가 하면, 한복, 김치, 판소리, 한글 등 우리의 전통 문화가 한류를 통해 세계의 주목을 받자 그것들이 중국 내 소수민족의 것이기에 결국 자기들 것이라는 어불성설의 주장을 한다. 예컨대, 중국의 온라인 게임인 ‘아이러브니키’를 비롯하여 다수의 드라마들이 한복과 한국의 문화를 자기들의 것인 양 등장시키고 있다.

중국은 자유분방한 한류를 허용하지 못한다. 최근 쓰촨대 경영대학원에서 행하려던 ‘케이팝(K-Pop)의 소프트파워’에 대한 강의에 대학당국이 방탄소년단 관련 부분의 생략을 요구하여 강의가 무산된 일이 있었다. 여기에는 한국 문화 산업과 그 영향력에 대한 중국 당국의 두려움, 특히 자유사상에 대한 두려움도 한몫했다. 실제로 2019년 칠레와 2020년 태국 등의 반정부 시위에서 시위대가 케이팝과 한글을 사용했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맴버들이 SNS를 통해 시위대를 응원하는 글은 남기기도 했다.

중국은 한류에 흠집을 내려한다. 한국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으로 왜곡한 중국 언론 그리고 샤오펀훙(小粉紅)과 우마오당(五毛黨)을 포함하여 그런 왜곡된 역사관에 세뇌된 일부 중국인들은 방탄소년단의 한국전쟁 관련 발언을 비난하고, 블랙핑크의 한 멤버가 장갑 없이 판다를 안은 것을 시비하고, 가수 이효리가 별명으로 ‘마오’라는 이름을 쓰겠다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한류가 이런 중국과 얽혀 괜한 논란으로 위축되거나 에너지를 낭비할 까닭이 없다.

한류에게는 그런 중국 시장이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족쇄일 뿐이다. 실제로 중국 시장을 잃은 지난 5년 동안 한류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발전했다. 환영해야 할 소실대득(小失大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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