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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수능 대박’ 나세요

[아투 유머펀치] ‘수능 대박’ 나세요

기사승인 2020. 12. 0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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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외지 근무와 출장이 많아 아들의 대학 입시 준비에 다소 무관심하던 아버지가 모처럼 수능시험일 아침 문자를 넣었다. “그동안 공부한다고 고생했지. 날씨가 추우니 옷을 따뜻하게 입어라. 잘 쳤다고 자만할 것도 없고 못 쳤다고 낙심할 것도 없다. 이제 시작이니까... 저녁에 집에서 보자.” 그런데 아들이 보내온 문자 회신이 이랬다. “아빠~ 나 아직 고2야...”

이런 집에는 동생이 수험생 형에게 이런 문자를 넣는다. “형! 꼭 100점 맞아야 돼.” 참고로 수능 만점은 100점이 아니다. 담임 선생님까지 “엿 먹고 재수(再修) 없길 바란다”고 하면 설상가상이다. 수능시험 2대 거짓말도 있다. ‘정상적인 고교 과정을 이수한 학생은 누구나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출제위원), ‘잠을 충분히 자고 학원이나 과외 교습은 한 적이 없다’(수석 합격생).

수능시험에 관한 부전자전(父傳子傳) 고전 유머다. 시험을 마치고 나온 아들에게 아버지가 어떤 문제가 나왔더냐고 물었다. 아들은 ‘5대양 6대주’가 무엇이냐는 문제가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5대양은 ‘김양, 이양, 박양, 최양, 정양’이라고 썼고, 6대주는 ‘소주, 맥주, 청주, 양주, 포도주, 막걸리’라고 썼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탄식을 했다. “다 잘 썼는데 ‘탁주’를 ‘막걸리’로 잘못 표기했잖아...”

1993년부터 시작된 대입 수능 시험이 국가 중대사나 포항 지진 때문에 몇 차례 연기된 적은 있지만, 12월에 시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전염병의 대유행 때문이다. 미증유의 혼란과 전례 없는 역경을 헤치고 수능을 치른 올해 수험생들은 사회적인 시련을 이겨내는 백신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앞으로의 인생행로에 경쟁력이 있으리라 믿는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며 목숨을 내던진 학생의 절규가 한 시절을 풍미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여전한 것이다. 성적 잘 내서 출세를 했다는 오늘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언행을 보라. 그게 과연 행복일까. 올 응시생 필적 확인 문구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이란 시구가 제시됐다. 그 한 사람이 최고인 것이다. 탁주를 막걸리로 쓰는 낭만이 차라리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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