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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사오정 개각’

[아투 유머펀치] ‘사오정 개각’

기사승인 2020. 12. 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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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삼장법사를 모시고 모처럼 노래방에 갔다. 손오공이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라고 선창을 하자, 저팔계가 “아이손 어른손 자꾸만 손이 가”라고 한 소절을 이었고, 삼장법사까지 “언제든지 새우깡 어디서나 맛있게 누구든지 즐겨요~”까지 불렀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 마무리는 사오정이 나서 큰 소리로 자신만만하게 불렀다. “오리온 고래밥”.

사오정이 어느 날 약국을 찾았다. 그런데 “딸꾹질이 계속 나와서요...”라는 사오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약사는 뺨을 한 대 후려치는 것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따귀를 한 대 얻어맞은 사오정은 “약은 안 지어주고 왜 때리느냐”고 항변하자, 약사는 느긋하게 미소를 지으며 “봐요. 딸꾹질이 그쳤잖아”라고 했다. 그러자 사오정의 반론이 더 기가 막혔다. “딸꾹질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고 우리 집사람인데요...?”

‘사오정’은 중국의 4대 기서(奇書) 중 하나인 ‘서유기(西遊記)’에 손오공 저팔계와 함께 등장하는 인물.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 이르는 밀레니엄의 전환기에 이른바 ‘사오정 시리즈’가 한시절을 풍미한 적이 있다. 사오정은 말귀를 잘못 알아 듣고 동문서답을 남발하는 캐릭터의 전형이었다. 당시 사오정 시리즈의 폭발적인 유행은 시대상황의 적나라한 대변이었다.

어설픈 국가경영이 초래한 미증유의 경제난(IMF) 후폭풍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는커녕 불신과 갈등만 증폭시키는 정치권에 대한 비아냥이었다. 게다가 인터넷 시대의 출현에 따른 세대 간 의사소통 부재가 낳은 유머이기도 했다. ‘몽고반점=몽골요리 전문 중국집, 으악새=슬피 우는 가을 철새, 구제역=도축장 인근 지하철역’이란 낱말풀이 답안지가 나돈 것도 이때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자 야당은 국면 전환용 ‘오기 개각’이자 국정쇄신 요구를 무시한 ‘사오정 개각’이라 비난했다. 국민이 필요한 개각이 아니라 정권에 편리한 개각이라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공수처법안’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자 ‘국민을 개돼지로 여긴다’며 ‘야당이 할 일이 없어졌다’고 했다. 정녕 이 시대의 사오정은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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