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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벼락거지

[아투 유머펀치] 벼락거지

기사승인 2021. 02. 1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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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다리 밑에 터를 잡고 사는 거지 가족 아버지가 강 건너 부잣집에 불이 나서 난리법석이 벌어진 광경을 보고는 아이들에게 큰소리를 쳤다. “너희들은 집이 없으니 저런 걱정은 없겠네...” 깡통을 요란하게 차면서 길거리를 지나가는 거지에게 마을 이장이 시끄럽다고 타박을 했더니 “이삿짐을 옮기는데 이 정도 소란이야...”라고 구시렁거리더라는 얘기도 있다. 거지와 관련된 고전적인 유머의 전형들이다.

늘 같은 장소에서 구걸하던 거지가 지나가던 신사에게 하소연을 했다. “매달 만원씩 주던 돈을 왜 절반으로 줄였느냐”는 항변이었다. 신사가 “이제 결혼을 해야 하고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하자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넋두리를 늘어 놓았다. “아예 남의 돈으로 주택 마련할 작정을 했군...” 거지가 없는 세상은 없었다. 그러나 벼락거지를 양산하는 사회는 흔하지 않다.

대한민국 상당수 국민들이 ‘벼락거지’가 됐다는 탄식의 목소리가 높다. 월급만 믿고 살아온 성실한 직장인과 가정살림에 충실했던 주부들이 어느 날 벼락거지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물론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열풍에 동참하지 못한 가슴 쓰린 중년과 청년들도 허다하다. ‘나만 빼고 다 돈 벌었다’는 박탈감에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바보처럼 그동안 무엇을 했던가.

온 나라의 온 도시가 아파트 천국으로 변하고 있다. 빈터만 생기면 아파트 신축이요 집들이 낡았다 싶으면 재건축 바람이다. 빚을 내서라도 투기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면 나만 ‘바보’가 되는 세태다. 오죽하면 ‘영끌’이 생겼을까. 최근에는 주식과 가상화폐의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 기회를 놓친 청년들이 허탈감에 빠지기도 했다. 정부의 부자 때리기 부동산 대책에 곡소리는 서민층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즉흥적이고 적대적인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전국의 집값과 집세를 끌어올리며 벼락부자와 벼락거지의 간극만 한껏 더 벌려놓았다. 이젠 고삐 풀린 부동산 투기 열풍도 문제이지만 거품으로 가득찬 집값의 풍선이 터지고 난 다음의 역풍도 걱정이다. 이미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그때는 억울했던 벼락거지들이 그동안 시리고 아팠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우리는 걱정 없다”고 자위라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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