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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맛이 간 사람들’

[아투 유머펀치] ‘맛이 간 사람들’

기사승인 2021. 05. 2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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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조선 태조 이성계가 새 왕조 창업에 적잖은 기여를 한 무학대사를 모처럼 만났을 때 농담 주고받기를 한 적이 있다. 이성계가 일부러 악담을 건넸다. “스님은 갈수록 돼지 형상을 닮아갑니다그려...” 그런데 무학대사가 “대왕께서는 늘 부처님 같은 모습입니다”라고 덕담을 하는 게 아닌가. 이성계가 그 이유를 묻자 “돼지 눈에는 주로 돼지만 보이지만 부처님 눈에는 모두 부처로 보이지요”라고 화답했다.

절대 권력자의 짓궂은 농담이 경지에 이른 대사의 설법 앞에 KO패를 당한 것이다. ‘유능제강(柔能制剛) 약능제강(弱能制强)’이란 말이 있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단단하고 강한 것을 이긴다는 뜻이다. 유연한 여성이 강직한 남성을 이기는 비결이기도 하다. 동양의 여성들이 더욱 그랬다. 남편이 바람을 피울 때 아내가 대응하는 방법 또한 동서양과 나라별로 차이가 있다는 유머 또한 그래서 나온 것이다.

이탈리아 여성은 남편을 죽인다. 프랑스 여성은 남편의 정부(情婦)를 죽인다. 스페인 여성은 둘 다 죽인다. 독일 여성은 자살을 한다. 영국 여성은 알고도 모른 체한다. 미국 여성은 변호사를 찾아간다. 일본 여성은 정부를 만나 사정을 한다. 중국 여성은 맞바람을 피운다. 한국 여성은 어떻게 할까. 과거에는 영국 여성의 스타일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특별하게 달라졌다. 유모차를 끌고 광화문에 나가는 것이다.

집단 이기주의가 극렬하게 대립하고 모든 것을 집회와 시위로 해결하려는 한국의 현실을 빗댄 얘기이기도 하다. 문화방송(MBC) 사장이 한국언론학회에서 던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서초동) 검찰개혁 집회와 광화문에서 ‘약간 맛이 간 사람들’이 주장하는 종교적 집회’라는 발언이 보수 성향 집회에 대한 폄훼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한 MBC 출신 야당 의원의 ‘MBC 맛이 간 지 오래’라는 표현 또한 눈길을 끌었다.

오래된 음식이 상하지 않고 발효되려면 유용한 효모가 있어야 한다. 나이든 사람이 망령 들지 않고 경륜을 유지하려면 지성과 지혜라는 효모가 있어야 한다. 레시피의 본류를 한참 벗어난 채 시류에 따라 양념을 바꾸며 급조한 음식이 보다 쉽게 변할 수도 있다. 더 무서운 행태는 내 편이 만든 음식은 뭐든지 맛있고, 미운 상대편이 만든 것은 모두 ‘맛이 갔다’고 하는 오감불구(五感不具)의 언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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