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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무도한 IS 기세를 단박에 누른 건 세계 최대의 나라없는 민족 쿠르드족이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IS 소탕전에 참여했다. 단순히 힘만 보탠 게 아니다. 총탄이 오가는 전장에서 지상군 역할을 도맡아 전투 전면에 나섰다. IS 격퇴에 성공하면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으며 시리아 내에서 분리해 독립국가를 세울 수 있다고 기대한 것.
하지만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미국이 아무런 보상없이 이달부터 돌연 미군을 철수하기 시작한 것. 미군이 발을 빼자 터키가 칼을 빼 들었다. 터키는 자국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족과 시리아에 있는 쿠르드족을 한패로 보고 미군철수 후 공격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쿠르드족은 독립은커녕 외부 위협에 또 노출됐다.
독립은 강대국의 미끼였을까. 서구 열강은 필요에 따라 쿠르드족을 이용해 이익을 얻고, 판세가 자국에 불리하게 돌아가면 외면했다. 1920년대 영국 등 연합국, 1940년대 옛 소련, 1970년대 미국·이란, 1990년대 미국 등 배신은 이어졌다.
쿠르드족 인구는 약 3500만명에 달한다. 터키에만 1200만명이 산다. 시리아·이라크·이란 등지에 흩어져 있다. 유랑민족은 서럽다. 거주지 없이 험한 산악지역 등에서 빈곤하게 살거나 타국에서 여러모로 차별의 대상으로 낙인찍힌 채 살아간다.
쿠르드족이 ‘내 나라’를 꿈꾸는 것은 인간으로서 기본 생존권을 국제사회에 요청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설움 중 가장 큰 설움은 나라없는 설움이라고 한다. 이건 나라가 없어 강제징용·일본군 위안부·생체실험 등 일제 강점기 설움을 겪은 우리가 제일 잘 안다.